지난 1973년 조사가 시작된 경주 황남동 155호분은 지름 47m, 높이 12.7m 크기지만 주변 고분이 워낙 커서 큰 기대 없이 발굴이 시작됐다. 그러나 발굴 열흘 만에 금관이 나와 ‘왕릉급’이 확인됐고 그로부터 한 달 뒤에는 부장품 궤짝 중 말 안장 양쪽에 장식처럼 늘어뜨리는 장니에서 2장짜리 그림이 발견됐다. 자작나무 껍질 위에 그린 그림은 1,500년의 세월이 무색할 만치 화려한 색조와 유려한 붓질을 자랑하며 구름 위로 날아오른 듯한 천마를 품고 있었다. 국보 제207호로 지정된 이 ‘천마도’의 발견을 계기로 무덤은 1974년 10월 천마총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됐다. 천마도가 그려져 있는 채화판은 자작나무 껍질을 여러 겹 겹치고 가장자리에 가죽을 대어 만들었다. 중앙을 차지한 흰색 천마를 두고 일각에서는 뿔 달린 기린이라는 주장도 있다. 달리는 천마의 다리 앞뒤에 고리 모양의 돌기가 나와 있고 혀를 내민 듯한 입의 모양은 신의 기운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5~6세기 신라 시대에는 흰색 천마가 죽은 사람을 하늘로 실어나르는 역할을 한다고 여겨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가장자리를 장식한 덩굴무늬는 고구려 무용총이나 고분벽화의 무늬와 같은 양식으로 신라회화가 고구려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도 유추할 수 있다. 발굴 이후 공기와 닿아 색이 다소 바래기도 했지만 현재 남아 전해지는 거의 유일한 신라회화라 더욱 그 가치가 크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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