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는 화폐도, 결제수단도 아닙니다.”(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
“신용카드 등 기존 수단을 대체하진 못하지만 기계 대 기계로 이뤄지는 차세대 결제 시스템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공동대표)
4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가상통화 관련 입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개최한 ‘가상통화 거래에 관한 공청회’에서는 가상통화의 정의, 규제 시기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지금까지 개별 의원들이 가상통화 공청회 등을 연 적은 있지만 국회 차원의 입법 공청회는 처음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측은 가상통화가 화폐나 지급수단으로서의 기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함을 분명히 한 반면 일부 학계 및 업계 관계자들은 가상통화가 새로운 지급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술인으로 참여한 차 국장은 “그동안 가상통화가 화폐도 아니고 결제수단도 아니라고 몇 번 이야기해온 만큼 한국은행 측에서 이 자리에 왜 왔나 의문이 있을 것”이라며 “가상통화에 대한 환상·착각·오해가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내년 1월1일부터 유럽에선 ‘PSD2’라는 새로운 형태의 지급결제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라면서 “이 같은 새로운 유형의 결제수단, 자동차와 자동차 간, 기계와 기계 간 결제가 보편화될 것이고 가상통화는 이에 활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규제 시기에 대한 이견도 오갔다. 이날 정부 측 답변자로 나선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회사 등과 연계해 제도권으로 포섭하면 자칫 공신력을 부여하게 된다”면서 “성급하게 제도화하기보다는 소비자 보호, 자금세탁 방지, 투기 방지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공신력을 부여해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업계에서 오래전부터 오히려 규제를 적용해 건전한 업체들과 불건전 업체들이 걸러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금융위원회 등 정부 측이 블록체인과 가상통화를 분리해 가상통화는 투기를 막아야 한다며 규제에 나선 반면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 활성화 차원에서 적극 밀어주겠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둘은 무 자르듯 쉽게 나눌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는 국회에 유일하게 가상통화 관련 법안을 내놓은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박 의원은 “오전에 금융위원회는 거래소인가제를 도입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면서 “꽤 오래전부터 거래소인가제를 포함한 법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금융위원회 차원에서 갑자기 이를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니 국회 입장에서는 입법권 침해가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