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올라오는 수많은 콘텐츠는 30명의 영상물 전문가(태거)가 4,000개의 분류 기준을 바탕으로 ‘태그(꼬리표)’를 답니다. 영상물 1개당 평균 250개씩 달리는 태그를 바탕으로 시청 연령 등급과 폭력성, 선정성 등의 특징을 국가별 법령이나 정서에 맞게 알고리즘(전산 논리 체계)을 거쳐 추출합니다. 한국의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와도 이 같은 방식을 함께 활용하는 방안을 의논하고 있습니다.”
마이크 헤이스팅스(사진) 넷플릭스 콘텐츠 향상부문 총괄은 지난 1일 마포구 상암동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내 영화나 비디오 등의 등급 심의를 담당하는 영등위와 기술적인 측면에서 본격적으로 협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넷플릭스는 전세계 190개국에서 1억900만명의 가입자를 둔 세계 최대의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다. 헤이스팅스 총괄은 영등위가 개최한 ‘국제 등급분류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헤이스팅스 총괄은 “올해에는 영등위와 자체등급 시스템을 활용해 한국에서 심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방식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실제 전문가가 단 태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의 등급을 분류하고 특징을 추출하는 방식은 호주를 비롯해 싱가포르, 네덜란드, 브라질, 독일 등의 정부 기관에서 활용하고 있다.
그는 “태그 기능과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한 영상물 자체등급 시스템이 넷플릭스가 빠르게 새로운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기술적 원동력”이라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2시간 분량의 영화를 30명의 전문가가 각자 시청해 태그를 달고 알고리즘을 통해 국가별로 연령 등급을 매기는 것은 하루가 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기존 영등위 등급분류 절차를 거치면 영화는 10일, 비디오는 14일(국내 법령 기준)이 각각 소요된다. 영등위 역시 지난해 기준으로 영화 2,147편, 비디오 6,580편 등 역대 최대규모의 등급분류 업무를 수행하면서 효율적인 시스템을 도출하기 위해 전문기관에 연구용역도 맡긴 상태다.
넷플릭스의 30명의 태거 중 한국인 3명 포함돼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그는 “태거는 특정 국가에서 민감한 영역과 문화적 특징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면서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기에 3명의 한국인 전문가를 고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자체등급 시스템이 확산하면 넷플릭스 소속 태거가 콘텐츠와 사용자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헤이스팅스 총괄은 이 같은 지적과 관련해 “최대한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부 기관과 사용자의 의견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면 신뢰를 얻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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