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데이터 요금이 세계 주요 나라 중 가장 비싸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핀란드의 국제 경영컨설팅 업체인 리휠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와 유럽연합(EU)에 속한 41개국, 187개 이동통신업체(58개 재판매업체 포함)의 요금제 1,628개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리휠은 국가별·업체별 데이터 요금 등 이동통신 분야 가격정책 동향을 조사한 보고서 ‘디지털 퓨얼 모니터(DFM)’ 최신판을 지난 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리휠은 데이터 가격을 최소 월 국내 전화 무료통화 1,000분 이상 제공되는 스마트폰요금제(SP)와 데이터만 이용하는 요금제(모바일 브로드밴드 MB 전용) 등 두 가지로 나눠 비교(11월 기준)했다.
SP요금제의 경우 4G LTE 데이터 1기가바이트(GB) 당 가격은 한국이 13.4유로(약 1만7,300원)로 41개국 중 가장 비쌌다. 뒤이어 캐나다가 12.1유로로 2위 △ 미국 9.6유로(6위) △일본 5.7유로(10위) △독일 5유로(13위) 등이었다. 반면 핀란드는 1GB당 0.3유로(약 380원)로 가장 싼 요금제를 제공했다. 한국이 핀란드보다 약 45배 비싼 셈이다. EU 평균은 2.4유로(약 3,100원), OECD 평균은 3.3유로(약 4,260원)였다.
30유로(약 3만8,700원)에 사용할 수 있는 4G LTE 데이터의 양은 한국이 0.3GB로 38위를 차지했다. 몰타 등 3개국을 제외하면 가장 비싸다. 프랑스와 덴마크 등 11개국은 무제한이었고 영국 등 4개국은 100GB 이상이었다. 총 27개국이 30유로에 10GB 이상 제공했다.
무료통화 등이 없는 데이터 전용 요금제의 경우 30유로로 사용 가능한 4G 데이터의 양은 한국이 22GB로 41개국 중 33위를 기록했다. 캐나다는 2.3GB로 가장 적었다. 무제한 허용은 폴란드, 스위스, 핀란드 등 11개국이 포함됐다.
MB 요금제에서 이용할 수 있는 4G 데이터 1GB당 가격 또한 캐나다가 9.7유로로 가장 비쌌다. 뒤이어 미국이 6.8유로(3위) △독일 3.8유로(7위) △일본 3.3유로(8위)를 기록했다. 핀란드가 0.08유로(41위)로 가장 쌌다. OECD 평균은 1.2유로, EU 평균은 1유로였다.
전체 이동통신업체 중 무료통화 제공 요금제에서 데이터 1GB 가격이 가장 비싼 업체 상위 10개 중 SKT(5위) △LGU+(7위), △KT(10위) 등 한국 3대 업체가 모두 포함됐다. 보고서는 한국을 포함한 캐나다, 미국, 일본 등을 가리키며 “이들 나라 이동통신 업체들은 데이터 가격을 과도하게 비싸게 책정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리휠은 앞선 보고서에서 유럽 등 주요 나라들에서 모바일 데이터 무제한 제공에 따른 한계비용(추가생산에 드는 비용)이 거의 0에 가까워진다고 밝혔다. 이는 이동통신업체 사업 모델에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리휠은 이에 따라 데이터 사용량에 따른 차별 요금제는 점점 가능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리휠 보고서는 적어도 모바일 데이터 가격에선 한국이 매우 비싼 나라임을 알려준다. 특히 이제는 전화통화나 문자보다 데이터가 모바일 광대역 인터넷 사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며, 무제한 데이터 제공 추세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보고서의 시사점은 크다.
/허세민 인턴기자 sem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