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드코리아는 미국계 의료기기 전문회사 바드(C.R.Bard)의 한국 지사다. 바드코리아는 2014년 하마리 대표를 영입한 후 기업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가 취임한 뒤 바드코리아는 전 세계 바드 지사 중 가장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높은 성과를 올렸다. 헬스케어 산업 분야에서 오랫동안 익힌 하 대표의 실전감각과 과감한 투자가 시너지 효과를 낸 결과였다. 하마리 대표를 만나 바드코리아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거리에 있는 바드코리아 사무실은 무척 잘 꾸며져 있었다. 회의실과 사무실벽이 유리로 만들어져 업무 중인 직원들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하마리 바드코리아 대표 사무실도 마찬가지였다. 치마 정장을 입은 하마리 대표는 활기가 넘쳤다.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자 하 대표가 말문을 열었다. “2박 3일 일정의 미국 뉴욕 출장을 마치고 어제 서울에 도착했어요. 일정이 너무 짧아 시차 적응을 할 필요가 없어 오히려 좋네요. G100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왔습니다. G100은 2000년 설립된 글로벌 기업 CEO들의 모임인데 1년에 두 차례 뉴욕에서 회의를 열어요. 작년 이맘때 G100이 여성 글로벌 CEO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새로 시작했는데 이번에 그것과 관련한 회의가 있었습니다.”
하 대표는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바드코리아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바드코리아는 미국인 찰스 R 바드가 1907년 설립한 의료기기 전문 기업 바드(C.R.Bard)의 한국 지사로 2003년 서울에 문을 열었다. 바드는 다양한 수술 장비와 의료기기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바드는 주력 제품이 업계 1~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내실 있는 기업으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특히 비뇨기질환, 혈관질환, 종양진단관리, 외과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바드코리아가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제품은 유방생검술기기 ‘엔코(EnCor)’다. 유방생검술기기는 유방종양이 의심되는 부분의 유방 조직을 채취하는 장비다. 엔코는 글로벌 시장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제품이다. 환자의 심장이 정지했을 때 체온을 일시적으로 낮춰 뇌 손상 등을 방지해주는 목표체온유지 치료(저체온치료)장비 ‘아틱선(Artic Sun)’도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이다. 최근에는 ‘신경인성 방광(neurogenic bladder·방광을 지배하는 신경의 장애로 일어나는 배뇨 이상)’ 환자들을 위한 실리콘 재질의 일회용 자가도뇨(自家導尿) 카테터를 출시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요도에 가느다란 관(카테터)을 삽입해 소변을 배출해주는 제품 ‘매직3(Magic3)’는 미국에서 30% 이상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바드코리아가 본격적으로 성장한 건 하마리 대표가 사령탑에 앉은 2014년부터다. 하마리 대표는 1994년 서울대 약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바이엘코리아에서 7년간 근무했다. 하 대표는 말한다. “당시 제가 (바이엘코리아) 사업본부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 바로 윗자리가 부사장이었죠. 제 나이 50세는 돼야 그 자리에 오를 수 있겠더군요. 글로벌시장에서 일해보고 싶은 꿈도 있었어요. 그래서 결국 유학을 가기로 했죠.”
하 대표는 200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경영대학원(MBA) 와튼스쿨에서 헬스케어 매니지먼트를 전공했다. MBA를 졸업한 그에게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7곳이 동시에 러브콜을 보냈다. “대학교 전공부터 한국에서의 커리어, MBA 전공까지 제 경력이 매우 일관성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제 모든 경력이 헬스케어 분야 한 곳에 몰려있고, 실무 경험도 있으니까 영어가 조금 부족해도 경쟁력이 있었던 거였죠.”
하 대표는 존슨앤드존슨을 선택하고 미국 본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여성으로서, 또 아시아인으로서 드물게 존슨앤드존슨 미국 내 마케팅을 총괄했다. 제약·전략·마케팅 분야에서 7년, 의료기기 사업부에서 3년을 일한 그는 2013년 존슨앤드존슨을 떠났다.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중국으로 건너간 그는 헬스케어 분야 컨설팅 회사에 파트너로 참여해 일했다. 하 대표는 이때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의료기기 시장의 변화를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컨설팅 업무를 오래 하지는 못했다. 바드코리아 대표직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 대표는 말한다. “컨설팅은 기업에 전략을 세워주지만 그걸 직접 실행하지는 않잖아요. 저는 직원들과 함께 행동하면서 성과를 내는 걸 좋아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어요. 언젠가는 기업 CEO가 되고 싶다는 꿈도 가지고 있었죠.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지원해주겠다는 바드 본사의 제안이 있어 바드코리아 대표직을 수락했습니다.”
그는 바드코리아 대표 취임 뒤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를 본사에 요청했다. 좋은 제품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힘을 쏟기 위해서였다. 그는 글로벌 평판 조회를 통해 업계에서 유능하다고 알려진 인력 30명 이상을 영입했다. 직원 채용에만 300만 달러 이상을 본사로부터 지원받았다. 직원들 인센티브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제공했다. 그 결과 바드코리아는 하 대표 취임 후 2년 연속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2016년에는 매출 성장률 43%를 기록해 본사로부터 글로벌 우수사례 상을 받기도 했다. 이는 전 세계 90여 개 바드 지사 중 가장 큰 매출 성장률이었다. 하 대표는 2017년 바드코리아 매출 성장률 역시 40%를 넘었다고 살짝 귀띔을 해주었다.
하 대표는 한국 시장에 대한 바드 본사의 관심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한국 의료 분야에 대한 본사의 신뢰가 매우 높습니다. 한국에서 생성된 임상 데이터가 본사에도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해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어요. 실제로 목표체온유지치료기 아틱선의 글로벌 임상 일부와 혈액순환 개선을 돕는 약물방출 풍선 카테터 ‘루토닉스’의 임상연구가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 대표는 의료기기 회사에 다니는 자신부터 먼저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그는 매일 아침 회사 지하에 있는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한 뒤 출근한다. 골프, 스노보드 같은 다양한 운동도 즐긴다. 마라톤 풀코스를 6번이나 완주하기도 했다. “육체가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해져요. 그래야 일을 할 때도 집중을 할 수 있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죠.”
하 대표는 ‘내가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야 직원들도 의욕을 가지고 좋은 결과를 낸다’는 경영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놀땐 놀고 일할 땐 일하는’ 문화가 바드코리아에 자리 잡았다. 바드코리아에선 외부명사 초청 특강이나 크리스마스 파티, 직원 가족 초대 파티 등이 끊이지 않는다. 전 직원이 함께 해외로 워크숍을 다녀오기도 한다. 지난해 1월엔 하와이, 올해 1월엔 일본 홋카이도로 워크숍을 떠났다. 내년 1월에는 다시 하와이로 갈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 대표는 말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있어요. 직원들에게 단체 워크숍을 가길 원하는지, 아니면 개인 포상 휴가를 받아서 가길 원하는지를 물었더니 직원 모두가 단체 워크숍을 가겠다고 한 거예요. 그만큼 서로가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라고 봐요. 저는 구성원 전체가 어울려야 오해도 쉽게 풀 수 있고 단결도 할 수 있어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위기를 계속 만들어나가는 게 제가 바드코리아 대표로서 해야 할 역할이기도 하고요.”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