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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꿈’을 향한 DB그룹의 새 출발, 간판 바꿔 달고 체질개선 나선다

Dream Big, DB그룹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동부그룹이 DB그룹으로 사명을 바꾸고 새 출발을 선언했다. 이번 사명 변경은 DB그룹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계열사 분리와 매각에 따른 현실적 측면도 고려했지만, 동시에 ‘더 큰 꿈(Dream Big)’이라는 새 사명의 의미를 품고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반영했다.







“DB라는 이름으로 더욱 위대한 성공 기업의 역사를 만들어나갑시다.”

지난 11월 1일 서울 강남구 DB금융센터에서 열린 ‘DB그룹 CI 선포식’에 참석한 이근영 동부그룹 회장은 강한 어조로 이번 사명 변경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수년 동안 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러 계열사가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그룹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그룹명 변경이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말처럼 동부그룹(현 DB그룹)은 지난 몇 년간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한때 재계 13위까지 오를 정도로 광폭 성장세를 보였던 동부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구조조정을 기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60여 개에 이르렀던 계열사가 23개로 줄어들었고, 재계순위 역시 30위권으로 떨어졌다. 동부건설, 동부제철 등 그룹의 사업을 지탱해온 핵심 계열사의 분리는 그룹 정체성을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인 아픔이었다.

이때부터 그룹 내부에선 쇄신 차원에서 사명 변경에 대한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구조조정으로 더 이상 ‘동부’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점이었다. 동부 브랜드의 사용 권한은 동부 건설이 갖고 있었다. 동부건설이 구조조정으로 떨어져 나가 동부 브랜드 사용에 제약이 생긴 게 문제였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명 변경 작업에 착수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했다. 그렇게 탄생한 이름이 바로 DB다. 새 이름인 DB는 ‘Dream Big’의 약어로 ‘큰 꿈과 이상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DB그룹은 CI(Corporate Identity)도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했다. 우선 그룹의 상징이었던 태양 무늬를 과감하게 제외했다. 또 심볼의 경우 DB라는 문자를 도형으로 형상화했다. 특히 B자의 내부 도형(흰 부분)을 단절하지 않고 하나로 연결해 유연한 소통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기존에 사용해온 초록색과 주황색은 계승했고, 거기에 청색을 더해 변화의 의지를 과감히 표출했다.

DB그룹 관계자는 “청색은 ‘동쪽’과 ‘젊음’을 의미하는 색상인 만큼, 미래를 향한 의지와 희망을 상징하고 있다”며 “거기엔 ‘태양(주황색)’과 ‘물(청색)’이 만나 ‘생명(녹색)’을 탄생시킨다는 의미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DB그룹은 사명 변경에 따라 주요 계열사의 이름도 변경했다. 동부화재, 동부생명. 동부증권, 동부저축은행 등 계열사들이 각각 DB손해보험, DB생명, DB금융투자, DB저축은행 등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새 출발에 나섰다.



그러나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동부대우전자는 현재 매각 추진 과정에 놓여 있어 사명 변경 대상에서 제외됐다. 매각이 끝나기 전까진 DB그룹의 계열사이지만, 기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게 된다. 현재 국내외 다섯 개 안팎의 업체가 동부대우전자 입찰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외국계 품으로 안길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높은 상황이다.


이근영 DB그룹 회장이 지난 11월 1일 서울 강남구 DB금융센터에서 열린 ‘DB그룹 CI 선포식’에 참석해 그룹 깃발을 흔들고 있다.





이처럼 DB그룹의 변화는 매우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새로운 사명을 알리는 TV광고가 주요 시간대에 방영될 정도로 적극적인 홍보활동도 펼치고 있다. 이같은 외부적 변화 못지않게 내부적으로도 변화의 양상이 감지되고 있다. 우선 향후 승계구도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동부그룹의 창업자이자 지난 40여 년 간 회사를 이끌어온 김준기 회장이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갑작 스러운 오너 공백을 막기 위해 현 이근영 회장 체제로 DB그룹이 출범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애지중지 키워온 회사의 새 출발을 함께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김 전 회장의 부재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김 전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DB금융투자 상무의 역할에 주목하며, 빠른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의견도 내고 있다. 하지만 김 상무가 올해 초 임원 승진을 했다는 점, 그리고 ‘당분간 아무런 역할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이 회장의 의중을 고려하면, 당분간 이근영 회장 체제가 지속될 공산이 크다.

이근영 회장은 금융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CEO다. 자연스럽게 DB그룹도 금융 부문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DB그룹의 구조조정 대상에는 제철, 건설, 전자 같은 제조 부문 계열사가 대거 이름을 올렸다. 이미 그룹 전체 매출 중 절반 이상이 금융 계열사에서 나오는 만큼 DB손해보험, DB생명 같은 금융 부문에서 DB그룹의 미래 전략이 수립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 관계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금융 부문이 축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분야로 사업을 재편한다는 이야기는 너무 앞서나간 것”이라며 “금융과 비금융을 적절히 조화해 성장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DB그룹의 구조조정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구조조정과 회생은 기업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DB그룹처럼 사명 변경이라는 큰 틀의 변화를 꾀하는 경우는 드물다. 과연 DB그룹은 길고 지루했던 구조조정의 여파에서 벗어나 경쾌한 발걸음으로 새 출발을 할 수 있을까? ‘큰 꿈’을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DB그룹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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