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험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4년 앞으로 다가온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생명보험업계가 생존을 위한 재무환경 및 포트폴리오 개선에 한창 나서고 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조직원’과 ‘조직 문화’를 우선시하는 보험사가 있어 눈에 띈다. 바로 라이나생명이다. 4년 앞으로 다가온 발등의 불보다, 향후 30년을 바라보고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라이나생명의 남다른 혁신 전략을 살펴본다.
‘혁신’이라는 단어는 모든 기업들이 갖고 싶어 하는 수식어다. 혁신의 정의는 매우 다양하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을 때, 고착화 된 무언가에서 벗어나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거나 쫓을 때 우리는 ‘혁신을 이뤘다’고 말하고 한다.
최근까지 국내 보험업계에서 ‘혁신’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모바일’이었다. 스마트폰 시대에 맞는, 모바일 플랫폼에 최적화된 서비스와 상품을 만드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를 시도했던 보험사들은 ‘혁신기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혁신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질 정도로 많은 보험사들이 모바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플랫폼은 그 가능성뿐만 아니라 ‘비대면 채널의 활성화’를 통한 비용 절감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모바일 채널 도입에 ‘혁신’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혁신이란 측면에선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쓰러져가는 기업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비용 절감이 아니라, 현재의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혁신하는 것이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어려운 위기에 처한 애플의 구원투수로 컴백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그리고 그가 택한 방법은 업무 환경을 뜯어고치는 것이었다. 그는 사소한 아이디어 하나에도 언제든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언제 어디서나 자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심는 데 주력했다고 알려져 있다.
애플의 사례와 유사한 도전이 최근 국내 보험업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라이나생명’이다. 라이나생명의 도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현재 보험업계의 상황과 연계해 설명할 수 있다. 대다수 보험사들은 현재 수익성 감소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험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데다, 제도적 규제 탓에 영업이 위축되면서 따라온 결과다. 특히 2021년부터 시행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보험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험사들은 당장의 생존을 위해 재무지표와 영업실적 같은 숫자 개선에 몰두하고 있다.
라이나생명의 지난 30년 간 행보도 이 같은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았다. 한국시장에 처음 진출한 외국계 중소형 보험사에겐 대형 보험사 틈새에서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재무적 성과 쌓기에 전력을 기울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히 취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30년을 생각하면, 과거와 같은 방법으론 한계가 뚜렷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래서 라이나생명은 최근 보험업계의 방향성과 조금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당장의 숫자가 아닌, 향후 30년을 내다 본 전략을 취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3C로 불리는 고객(Customer), 연결(Connection), 문화(Culture)는 라이나생명의 변화를 이끌어낼 핵심 키워드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3C의 강화를 위해선 우선 조직 문화 개선을 통해 구성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구성원들의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근무 환경 마련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라이나생명은 근무시간을 한 시간 단축해 자기계발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근무시간 단축을 위해 지난 10월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 Automatic Process Automation) 시스템인 ‘리나봇(LINA BOT)’을 실제 업무에 적용해 매일 반복적으로 처리하는 업무를 자동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총 24개 주요 업무 프로세스에 적용된 리나봇을 통해 하루 약 23시간 소요됐던 업무를 약 2시간으로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라이나생명은 임직원들이 최적의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사옥 리모델링도 진행했다.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편의 공간을 마련해 ‘일하고 싶은 회사’ 만드는데 주력했다. 사실 라이나생명의 이 같은 노력은 지난 2014년 광화문 신사옥에 입주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직원용 피트니스 센터와 양·한방의원을 마련해 타 회사 직원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라이나생명 직원들은 언제든 이 곳에서 운동으로 피로를 풀 수 있고, 진료를 받거나 안마 의자를 이용해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그 밖에도 지난 10월 중순 새롭게 조성된 스마트오피스, 옥상정원, 다목적홀 등이 기존 사내병원, 헬스센터, 노래방, 마사지실 등과 함께 직원들의 창의적 근무환경 조성에 일조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스마트오피스다. 다양한 협업과 자유로운 소통, 유연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한 개 층에 마련한 스마트오피스는 벌써부터 업무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일반사무공간과 집중업무공간, 통합라운지, 협업공간 등으로 구성된 스마트오피스는 지정 좌석이 없어 누구에게나 자유로운 근무환경을 제공한다”며 “특히 타 부서와의 협업과 회의를 위한 공간으로 벌써부터 직원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옥상 공간은 업무에 지친 직원들을 위한 힐링 구역이다. 막혀있던 옥상을 정원으로 조성해 산책로, 그늘벤치 등 휴식공간을 구성했다. 업무 외 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옥상정원 내부에 다이닝룸도 꾸며 놓았다. 이 곳에선 회의, 워크샵은 물론 케이터링을 이용한 회식 등도 가능하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직원이 일하기 좋아야 고객에게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회사의 기본적인 믿음이 바탕이 돼 이뤄졌다. 앞으로도 라이나생명은 지속적으로 조직문화 개선을 꾀해 직원과 조직의 힘으로 고객 로열티와 고객과 기업의 상호 관여를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라이나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시장에 진출한 최초의 외국계 기업이다. 지난 1987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후, ‘최초’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성과를 올려왔다. 지난해에는 매출 2조 1,000억 원, 보유 계약 건수 600만 건이라는 성적을 기록했다. 단기실적보단 내실 경영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펼쳐온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홍봉성 라이나생명 사장은 “라이나생명의 미래 30년은 비단 수익과 규모의 성장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고객과 함께 성장하고 혜택을 나눠 고객이 먼저 찾는 보험사가 되는 것이야 말로 라이나생명이 진정으로 그리는 앞으로의 30년”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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