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시장가치 480억달러)와 에어비앤비(시장가치 310억달러) 등 성공한 스타트업의 이야기가 많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버와 에어비앤비처럼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극소수이며, 그럭저럭 영업을 유지해가는 스타트업도 전체의 1%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모두가 스타트업을 이야기하면서도 여전히 어떤 스타트업이 성장하는지, 또 실패하는지에 대한 분석 도구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
“어떤 스타트업들이 성공하고 어떤 스타트업이 망하는지, 그 과정에서 팀과 개인이 어떤 영향을 주는 확인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스타트업 평가 모델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난 28일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만난 스티븐 화이트 칭화대 교수는 자신이 스타트업 평가 모델을 개발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칭화대학교의 창업 교육 연구소인 X랩 부원장이자 지난해 중국의 주목할만한 석학 20인에 포함되기도 했던 화이트 교수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스타트업 평가 모델을 만들었다. 스타트업 캠퍼스 1주년 컨퍼런스 참석 차 한국을 찾은 화이트교수는 이날 열린 컨퍼런스에서 이 모델을 공개했다.
화이트 교수는 자신이 있는 X랩 학생들의 학습 성과 측정과 커리큘럼 설계를 위해 평가모델 구축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스타트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데이터인데, 정작 스타트업들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창업 과정을 거치면서 얼마나 성장했는지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어 이를 분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화이트 교수의 모델은 사람·투자·대출과 지원금·지식재산권(IP)·회사 등록 형태·비즈니스모델·시제품·공급망·사회적 자본·고객·시장경쟁상황 등 11가지 지표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투자라고 하면 △개인 자금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받은 투자 △시드 투자 △라운드A 투자 △후속 투자 중 어떤 단계에 있느냐에 따라 1점에서 5점까지가 부여되며, 고객이라고 하면 타깃 고객이 없는 상태부터 초기타깃고객이 있는 상태,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가 있는 상태, 초기 고객이 있는 상태, 구매력 갖춘 고객이 있는 상태 등으로 나눠 마찬가지로 5점으로 나눠 평가한다.
X랩은 내년부터 중국의 스타트업 30여개와 여기에 속하는 구성원들 80명을 대상으로 한 평가 작업을 통해 해당 모델을 다듬을 계획이다.
화이트 교수는 ‘방안의 코끼리’라는 표현을 사용해 스타트업 평가 모델 구축이 스타트업들의 성공과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작업이었다고 강조했다. 방안의 코끼리란, 관련된 사람들 모두가 해결이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해결하려 하지 않는 중요한 문제를 말한다. 이전까지 아무도 이 같은 스타트업 평가 모델을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상황을 빗댄 것이다.
화이트 교수는 “모두가 성공한 스타트업의 이야기에 자극받고 스타트업을 시작하지만, 스타트업 성공 신화는 0.1%도 안되는 소수 기업의 전설 같은 이야기“라며 “모델을 통한 평가는 스타트업의 현주소를 파악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객관성을 높여 관련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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