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초전도현상의 근본원리를 규명하면 더 높은 임계온도를 가진 초전도체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2월 수상자인 김창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그는 “고체의 위상학적 상태를 보여주는 특성을 실험적으로 측정하는 방법과 지속적인 관련 연구를 위한 세계 최고의 첨단장비를 개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몰입을 통한 독창적 연구로 그동안 이론으로만 주장돼온 스핀·전하 분리현상을 최초로 관측하고 라시바 현상을 규명하는 고유의 방정식을 만드는 등 강상관계 물질을 연구하는 과학자 가운데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다. 연구에 필요한 새로운 분석장치 개발에도 열심이다.
무엇보다 그는 30여년간 물리학계의 난제로 불린 라시바 현상(고체의 반전 대칭성이 깨질 때 전자의 스핀이 역공간에서 특정한 패턴을 가지는 현상)의 근본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설명하는 고유 방정식을 만들어 주목받고 있다. 라시바 현상은 위상절연체와 자성메모리 소자의 구동원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여겨졌으나 근본원리는 예측된 지 30여년이 지났지만 정확히 이해되지 않고 있다. 그는 “라시바 현상이 지금까지 추측된 바와 달리 스핀 방향이 아니라 궤도 각운동량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게 돼 새 방정식을 만들었다”며 “새 방정식을 통해 스핀궤도 토크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어 스핀궤도 토크가 큰 효율성이 높은 자성메모리 소자 물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 과정에서 김 교수는 협업과 공동연구를 강조한다. 그는 “연구자는 연구가 재미있어야 하고 연구 영역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며 “연구원들이 즐겁고 능동적으로 연구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국내 연구개발(R&D) 풍토에 관해 공동연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기초과학 연구자가 과학 선진국인 미국·일본·유럽보다 매우 적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구자들이 공동연구 등을 통해 힘을 모아야 하지만 연구 커뮤니티를 이끌어줄 과학자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어려서부터 지식을 그냥 받아들이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고 이해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과학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과학자가 됐다”며 “학생들에게 그냥 과학을 좋아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과학자가 되기 위해 과학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과학자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만큼 과학에 취미를 붙이고 몰입하라는 얘기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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