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길이 너무 힘들어서 패션쇼만 끝나면 모든 것을 내려 놓아야지 하면서도 쇼 직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다음 쇼의 콘셉트를 이야기하고 있는 저희들을 발견하네요.(신규용·박지선 디자이너)”
요즘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는 K- 패션의 루키 블라인드니스다. 국내외 안팎에서 블라인드니스의 신규용, 박지선 디자이너에 대한 칭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17 FW헤라 서울패션위크가 끝난 후 이들의 몸값은 더욱 껑충 뛰었다. 신박 커플은 패션위크 폐막일 피날레 행사에서 ‘베스트 디자이너’로 해외 프레스와 바이어, 국내 패션 전문가들의 몰표를 받아 1억원의 상금을 수상했다. 블라인드니스는 가는 곳마다 K-패션의 미래로 불린다. 지난 3월 세계 루키들을 선발 육성하는 LVMH 프라이즈에 준결승에 진출하는가 하면 얼마 전 런던에서 열린 ‘텐소울 팝업스토어’에도 뽑혀 해외 바이어들과 인연을 쌓았다.
국내외 패션업계가 ‘신선하다’고 평가한 신규용, 박지선 디자이너를 최근 만났다. 블라인드니스는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간다는 뜻을 담았다. 2013년 론칭했지만 그들이 뭉친 것은 2015년부터다.
여자친구 박지선씨가 합류하기 전부터도 블라인드니스는 온라인몰에서 꽃무늬 남성 맨투맨 티셔츠로 입소문 나 배우 유아인씨 등이 입으면서 주목받았다.
신씨는 “신인답게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어요. 이런 것도 남성적일 수 있고, 저런 것은 여성적일 수 있다고 우리 자신을 일깨우면서 틀과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해외 유명 저널리스트와 에디터, 바이어들에게 손꼽히는 이유는 지난 3차례의 패션쇼 무대를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꾸준히 유지해오는데다 브랜드 경계를 없애는 중이야라는 콘셉트를 확보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블라인드니스는 첫 패션쇼 직후 밀라노 안토니아 엑셀시오르, 타이완 크레시와 같은 편집숍으로 곧바로 진출했다. 10월 쇼 이후에는 영국 셀프리지백화점과 편집숍 브라운스를 비롯해 미국 바니스 뉴욕, 오프닝세리모니, 파리 레클레르 등에 입점됐다. 박씨는 “도매가로 판매하니 모든 제품을 100피스 이내만 만들어서 사실 남는 게 없어 고민”이라며 “좋은 제품을 위해 생산비가 더 많이 든다”고 토로했다.
블라인드니스의 장점은 세상 어디에도 비슷한 옷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만들어 놓고 비슷한 옷이 있는지 찾아본다. 세상 아래 새로운 것은 잘 없으니까. ‘첫 시도 일거야’라고 해도 비슷한 디자인이 발견되면 새로운 디테일을 만들어 넣는다.”고 입을 모았다.
블라인드니스는 지난 111월 중순까지 영국 런던 셀프리지 백화점에서 열린 ‘텐소울’ 팝업스토어 행사에도 참여했다. 텐소울은 글로벌 패션브랜드 육성 지원 사업으로 국내 차세대 패션 디자이너들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돕고 해외 판로개척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10년부터 시행됐다. 신씨는 “텐소울과 정구호 서울패션위크 총감독 덕분에 해외 홍보와 세일즈, 유명 편집숍 입점이 가능했다”며 “판매 기회를 넘어 해외 유명 매장과 좋은 인연을 쌓아가는 계기가 되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블라인드니스는 자신들의 브랜드만의 컬러 안에서 매번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신선한 브랜드’가 되고 싶다. JW앤더슨이나 라프 시몬스가 벤치마킹 대상이다. 박씨는 “똑같은 디자인이 나오지 않도록 다른 브랜드들의 오래된 아카이브를 많이 찾아봅니다. 또 다른 디자이너 작품을 많이 참고해요. 흐름을 파악하지만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죠”라고 했다.
/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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