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세계 최강자인 인공지능(AI) 기사 ‘알파고 제로’가 장기와 체스에서도 세계 최강자로 등극했다.
미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 계열의 영국 딥마인드사 연구원들은 ‘알파고 제로’를 개량한 최신 버전이 백지상태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독학으로 몇 시간 만에 장기와 체스에서도 세계 최강 소프트웨어를 능가하는 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5일 자 온라인 과학지에 발표했다. 인공지능이 불과 몇 시간 만에 독학으로 장기·체스·바둑에서 모두 세계 최강자가 되는 3관왕에 오른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개량 알파고 제로에 장기와 체스의 기본 규칙만 가르친 후 자기 스스로 대전을 되풀이하도록 했다. 기존의 인공지능은 인간이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고안한 ‘정석’과 프로 기사의 기보를 학습하는 방식으로 강해졌지만, 이번에는 이런 인간의 데이터를 주지 않았다.
올해 세계 컴퓨터 장기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장기 소프트웨어 ‘엘모’와 지난해 체스 세계대회를 제패한 ‘스톡피시’, 바둑의 ‘알파고’와 실력을 비교한 결과 개량 ‘알파고 제로’가 장기는 2시간 만에, 체스는 4시간 만에, 바둑은 8시간 학습한 시점에서 각각 기존 최강 소프트웨어를 능가하는 실력에 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 소프트웨어와의 100회 대전 성적은 장기가 90승 8패 2 무승부, 체스는 28승 무패 72 무승부, 바둑은 60승 40패였다. 알파고 제로 최신 버전이 세계 최고 기사를 압도하는 소프트웨어보다도 높은 실력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장기와 체스에서도 프로 기사의 대국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독학으로, 그것도 불과 몇 시간 만에 최강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서로 다른 게임에 사용할 수 있는 최강자급의 범용 AI도 개량 알파고 제로가 처음이다./허세민 인턴기자 sem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