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자인은 모름지기 앞모습은 강렬하고 뒷모습은 차분해야 한다. 마주오는 차의 앞모습은 짧게 스쳐 가기에 강렬해야만 보는 이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도로에서 시선이 오래 머무는 뒷모습은 질리지 않는 균형미가 중요하다. 여기에 당장이라도 뛰어 나갈 것 같은 자세, 달리고 싶은 욕망을 담은 얼굴까지 갖춘다면 최고의 스포츠카 디자인이다.
이 같은 자동차 디자인의 이상에 대단히 가깝게 다가간 차종이 바로 이탈리아 고성능차 브랜드 마세라티의 ‘르반떼’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지만 디자인과 성능 모두에서 고성능차의 DNA가 살아 숨쉰다. 마세라티 사람들은 이 차가 SUV냐고 물어보면 “SUV가 아니라 마세라티입니다”라고 말한다고 한다. 타 브랜드의 SUV와는 비교하지 말라는 뜻이다.
최근 인천 송도와 영종도 일대에서 열린 마세라티 시승회에 참가해 르반떼 그란스포트 가솔린 모델을 체험했다.
이 차의 느낌을 소개하기에 앞서 퀴즈 하나. 르반떼와 포르쉐 ‘카이엔’ 중 어떤 차가 더 클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질문에 카이엔이라고 답하지만 실제로는 르반떼가 전장 5,005㎜로 카이엔(4,918㎜)보다 크다. 전장이 5m 넘는 SUV가 별로 없는 것을 감안하면 르반떼는 꽤 큰 차다. 다만 디자인이 워낙 스포티해 상대적으로 컴팩트해 보일 뿐이다.
주행의 느낌은 여유롭다. 페라리로부터 공급받은 V6 3ℓ 엔진은 최고출력 350마력과 최대토크 51.0㎏·m의 성능을 낸다. 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는 차를 분당엔진회전수(rpm) 2,000 아래서 부드럽고 경쾌하게 기동시킨다. 낮게 깔리는 배기음도 환상적이다. 운전석에서의 시야는 승용차와 SUV의 중간 느낌이다.
스포츠모드 버튼을 누르니 순식간에 기본 rpm이 2,000 이상으로 올라가고 으르렁거리는 배기음이 하체에서 루프를 향해 공명했다. 서스펜션도 스포츠 드라이빙용으로 변해 코너링과 급가속의 느낌이 보다 단단해진다.
차선 유지, 차간 거리 유지 크루즈컨트롤 등을 포함한 첨단 운전자 보조장치(ADAS)도 채용해 장거리 운전이 보다 편안하고 안전해지도록 한 것도 이 차의 특징이다.
여성 고객을 위한 배려도 있다. 차를 세우고 변속 레버를 파킹(P) 모드로 옮기면 차 높이가 4㎝ 이상 낮아진다. 보다 편한 승하차를 위한 기능이다. 여성들이 특히 스커트를 입었을 때 SUV 승하차를 불편해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성 역시 르반떼의 타깃 고객임을 알 수 있다.
뒷자리에 앉아봤더니 공간이 그렇게 넉넉하지는 않다. 또한 스포츠모드에선 머플러의 배기음이 뒷자리 실내로 강하게 유입되는데 정숙한 뒷자리를 원하는 고객이라면 불편해 할만한 수준이다.
/인천=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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