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 노조가 차라리 올해는 파업 없이 사측과 대화로만 문제를 풀겠다고 했다면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요즘 행태를 보면 과거와 달리진 게 전혀 없어요.”
노동계의 한 고위 관계자의 지적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수차례 대내외 소식지를 통해 ‘파업보다 더 위력적인 투쟁전술’을 예고한 바 있다. 노조의 파업에 국민 여론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사회적 명분을 중시하는 투쟁을 선언했다.
하지만 현대차 파업을 본격화하는 노조가 내놓은 계획을 보면 구태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7일 쟁의대책회의를 열고 부분 파업 및 향후 투쟁 계획을 밝혔다. 우선 현대차 양재동 본사에서 천막 투쟁을 진행한다. 노조의 협상 파트너인 윤갑한 사장과는 협상이 불가능해 본사를 압박하기 위함이다. 노조는 특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집 앞과 국회·청와대·노동부·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 온라인에서는 국민청원과 청와대 홈피 투쟁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여기에 글로비스와 모비스·현대엔지니어링 등 현대차 내부 거래 실태 조사를 해달라는 기자회견도 준비했다. 사측이 본인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니 최고경영자와 정부 기관이 나서 사측을 압박하고 이를 통해 목표를 이루겠다는 취지다.
그나마 예년과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노사협의 위반 촉탁직 정규직화 기자회견 및 노동부 제소’ 부분이다. 사내 촉탁직에 대한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려 파업을 정당화하겠다는 전략인 셈. 하지만 현대차는 촉탁직과 관련해 불법이나 특별한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파업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가기 위해 사회적 약자인 촉탁직 문제를 내세우고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얻어 내려는 것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사측이 파업 중 주말 특근 금지 방침을 통보하는 등 예년과 달리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노조 역시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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