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난소에 생긴 종양이 악성(암)인지 여부를 혈액 5㎖로 판별할 수 있는 검사법을 세계 첫 개발했다. 1기 난소암을 100% 잡아낼 수 있을 정도로 민감도가 뛰어나 조기 진단율과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김용범 산부인과 교수가 이끄는 부인종양연구팀과 KAIST 혈중암세포연구단(단장 조영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은 새로운 혈중 암세포 검사법으로 난소 종양의 악성 여부를 감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종양학 분야의 저명 국제학술지 ‘온코타깃’(Oncotarget)에 발표했다.
김 교수팀은 지난 2015~2016년 난소에 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앞둔 환자 87명의 혈액 5㎖를 KAIST 혈중암세포연구단이 개발한 검출기기로 분석해 암세포를 잡아낸 뒤 기존 검사법의 결과와 비교했다. 혈중 암세포 검사법은 혈액세포가 깔때기 모양의 미세관을 지나게 해 적혈구·백혈구보다 크거나 딱딱한 암세포를 골라내는 방식이다. 어떤 암세포인지는 유전자검사 등 별도의 다양한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1기 난소암 환자의 혈액 모두에서 암세포를 검출(민감도 100%)했다. 질환이 있는데 진단하지 못한 케이스가 한 건도 없을 만큼 정확했다. 지금까지 난소암은 조직을 떼어내 검사하는 방법 외에는 민감도가 낮아 참고용으로만 쓰였다. 이번 연구에서도 기존의 혈액검사나 초음파 소견을 통한 감별진단법의 민감도는 16.7~50%에 불과했고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영상검사법의 민감도도 83.3%에 그쳤다.
다만 난소암에 걸리지 않은 여성을 비(非)질환자로 판별하는 특이도는 55.8%에 그쳤다. 이는 기존 혈액검사와 초음파 감별진단법(39~65.9%), 영상검사법(53.7%)과 비슷한 수준이다.
조영호 교수는 “8개 대학병원 등과의 공동연구에서 폐암·난소암·대장암·자궁암 등 4개 암을 감별하는 민감도가 95% 이상으로 확인돼 임상시험을 거쳐 3년 안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품목승인(판매허가)를 받을 계획”이라며 “KAIST의 특허 기술을 국내외 어떤 기업에 라이선싱할지 등은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면역염색법과 검출기기로 혈중 암세포를 검출하면 초기 난소 종양의 악성 여부를 감별진단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며 “난소암의 조기진단 가능성이 높아져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난소암은 유방암·자궁경부암과 함께 3대 여성암 중 생존율이 가장 낮다.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어 환자10명 중 8명은 3기 이상의 말기에 발병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 가능성이 높아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폐경기 여성뿐 아니라 20~30대 젊은층에서도 난소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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