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전력 임직원은 미국 뉴욕과 보스턴, 영국 런던, 홍콩 등지를 돌며 ‘그린본드(Green Bond)’ 발행을 위한 기업설명회(IR)를 했다. 이 자리에는 마뉴라이프와 AIG인베스트먼트그룹·프랭클린템플턴·JP모건 같은 글로벌 투자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IR에서 한전은 신재생 같은 녹색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그린본드를 발행하며 신재생 확대에 따른 비용증가분은 산업용 등 요금체계 개편과 전력구입비 연동제를 추진해 흡수한다고 강조했다. 요금체계 개편 대상을 ‘산업용 등’으로 해 전반적인 요금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전이 내년 초 본격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한 전력구입비 연동제의 경우 연료비 외에 신재생 정책비용을 포함시킨다고 밝혔다. 신재생 정책비용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전기료 인상요인이 된다. 연료비도 내년에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내년에 북해산브렌트유의 경우 배럴당 62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7.50달러로 기존 예측치보다 각각 4달러와 2.5달러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원가연동제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스요금은 50%대지만 전기요금은 도입하더라도 30%대일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비중은 작지만 유가 변동시 전기요금 상승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5년 내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강조하는 상황에서 한전이 전반적인 요금인상 기조를 보이는 것은 한전의 경영상황과 관계가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96%인 한전의 부채비율은 오는 2021년 116%로 올라가고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조7,128억원에서 4,974억원으로 쪼그라든다. 이자보상배율도 2.6배에서 1.3배로 반토막 난다. 금융권에서는 1.5배는 돼야 안정적인 이자 지급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값비싼 신재생 확대는 한전 주주들 입장에서는 불만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주주들 입장에서는 신재생 확대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한전이 전기요금을 계속 인상하지 않고 버티면 배임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기업 같은 일부 산업용을 제외하고 전반적인 전기요금 인상은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산업부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요금인상은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간이 갈수록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커지고 고유가 시대에 전력구입비 연동제와 맞물리면 인상 폭은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어떤 식으로는 한전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세종=김영필·박형윤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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