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원의 자금을 굴리는 세계적인 투자운용사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이 현대건설기계(267270)의 주식을 대규모로 매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신흥국들의 설비투자 회복과 해외 법인 인수를 통한 외형성장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현대건설기계는 전 거래일 대비 0.86% 상승한 17만5,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7거래일 만에 반등이다. 앞서 알리안츠자산운용은 전날 현대건설기계 주식 49만3,423주(5%)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알리안츠자산운용의 지분매입은 잇단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기계는 최근 유상증자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와 삼성중공업의 이익 감소 여파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호재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현대건설기계는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중국 지주사 지분 60%를 인수했으며, 빠른 시일 안에 인도 법인 지분 100%도 인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의 실적은 주요 부품 수출(CKD)이 아니라 내부 거래를 제거한 전체 실적이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된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약 6,000억원 수준인 중국과 인도의 매출액은 내년에 약 7,5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내부 거래를 제외해도 5,000억원 이상의 매출기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힘입은 신흥국들의 설비투자 회복도 호재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올해 글로벌 건설기계 판매량이 전년 대비 16.2%의 고성장세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3.2%의 추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굴삭기 시장에서 중국·인도·동남아·중남미·중동 등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건설기계는 최근 수년간 중국 시장에서 고전했지만 중국을 제외한 신흥시장에서는 탁월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41%가 신흥시장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신흥시장 중대형 굴삭기 부문에서는 캐터필러·고마츠와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현대건설기계와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에 따라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보인 것 같다”면서도 “현대건설기계의 해외 법인 인수로 성장이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해 알리안츠가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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