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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못 거는 '문재인케어'] 정부 첫 만남에 '파업 으름장'만 놓은 의협

실무협상에 복지 차관 나섰지만

건보 보장성 강화 입장차만 확인

세부계획안 발표 내년으로 늦춰

의료계 밥그릇 챙기기 논란 속

"안일한 복지부가 자초" 지적도





‘문재인 케어’가 첫발을 떼기까지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의료계가 초반부터 강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당초 연내로 예정됐던 세부계획안 발표도 내년으로 넘어가 자칫 지난 2000년 전국적인 의료파업으로 극심한 사회갈등을 야기했던 의약분업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서울 충정로 국민연금공단 서울지사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관련한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지난 10일 전국 3만여명의 의사들이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 후 열린 첫 협상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서로가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특히 복지부는 권덕철 차관이 첫 실무협상에도 불구하고 직접 협상장에 나오는 등 의지를 보였지만 의협 측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강경한 자세를 취하면서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쟁점인 비급여 항목의 급여 전환에 따른 병원의 손실액을 보전하는 방안에서도 양측은 팽팽히 맞섰다. 의협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종별 가산율을 현행 15%에서 20%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는 급여 전환으로 줄어드는 손실액 만큼만 지원해주는 총량 방식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오늘 협의는 정부와 의료계의 소통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애써 의미를 부여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의협측이 강하게 나오면서 문재인 케어의 시행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이달 중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세부계획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내년 초로 늦췄다. 의료계의 반발만 더욱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의료계는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그대로 강행하면 전국 의사들이 참가하는 2차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필수 의협 비대위원장은 “일방적으로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밀어붙이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정부를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의료계의 잇따른 반발을 놓고 국민들은 그간 비급여 진료로 수익을 보전했던 의료계가 ‘밥그릇 지키기’에 나선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의사협회는 표면적으로는 선(先) 수가 정상화, 후(後) 비급여의 급여화를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결국 의원급의 수가를 올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서는 정부와 의료계의 첨예한 갈등의 배경에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미숙한 조정능력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지나치게 안일하게 대처했다가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주말 3만여명의 의사가 총궐기대회를 열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자 복지부는 적잖이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윤정 아주대 의대 교수는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국민의 의료비 경감과 의료 접근성 확대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의료계의 협조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정책”이라며 “중증환자는 대형병원에 가고 만성질환자는 동네병원을 찾도록 하는 의료전달 시스템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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