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은 15일 “중소기업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중소기업의 분류를 지금보다 더욱 세분화하고 각 특성에 맞게 지원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회와 중소기업중앙회 주최로 열린 초청 강연회에서 “300인 이하 중소기업 가운데서도 상시 고용인원이 200명인 곳과 50명인 곳, 10명 이하인 곳을 같은 기준으로 볼 순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1990년과 2014년 데이터를 비교해보면 전체 중소기업 가운데 열악한 환경에 놓인 영세기업의 비중은 늘었고, 우리 경제의 중간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소기업과 중기업의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며 “또 완성차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우리나라가 제일 높고, 부품업체 이익률은 우리나라가 제일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샴페인 잔’ 모양처럼 양극화됐고, ‘온탕 속 개구리’처럼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과거 맥킨지 보고서의 비유를 인용하며 “지금 이대로 가면 한국경제와 우리 국민 모두 생존을 유지할 수 없다”며 “이미 알고 있는 문제, 알려져 있는 해결책을 의지를 갖고 실천하는 것이 바로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경제의 양극화를 심화시킨 건 대·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으로 인한 불공정한 거래조건에서 파생된 편향적 배분”이라며 “공정위는 앞으로 대·중소기업 간 거래조건 합리화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업자들이 서로 대등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되 당장 우리 눈앞에 존재하는 대등하지 못한 갑을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할지도 고민”이라며 “우리 현실에 맞는 대책을 만들어 일관되게 집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힘의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으로 “대·중소기업의 수직적 네트워크를 공정하게 만들고, 중소기업 간 수평적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규모가 작아서 모든 문제를 개별적으로 풀어나가기 어렵다”며 “중소기업 간 클러스터나 협동조합을 구성해 제품을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선 담합 적용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공정거래법상 담합적용을 받지 않는 중소기업 협동조합의 공동판매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기준이 추상적인데다 공정위가 소극적으로 관련 법을 적용했다는 비판을 알고 있다”면서 “정무위에 올라가 있는 개정 법안에는 고시에 담합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담았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나라의 작은 내수시장만으로는 고질적인 전속거래 관행과 갑을 관계를 풀기는 어렵다”며 “중소기업이 해외로 진출해 더 다양한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 막는 기술탈취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2014년 말 기술보호 소관 부처인 공정위,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경찰청 등 네 개 기관이 업무협약(MOU)를 맺은바 있다”면서 “현재 범정부차원에서 기존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에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기술보호 대책을 마련해 여당과의 협의를 거쳐 실효성 있게 집행하겠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강연회에서 내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위로했다.
그는 “새 정부가 갑작스럽게 선거를 치르고 인수위도 없이 출범했다. 저도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국무회의에서 처음 봤다”며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세 가지 경제운용의 축이 함께 버티면서 동시에 진행되질 못해 걱정이 크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세 가지 축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고, 정부 부처가 긴밀한 협업 체계를 통해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게 됐다”며 “공정위 직원들도 과로사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연 후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과의 소통 시간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의 기술탈취에 대한 공정위 직권조사,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행위 및 부당전속거래 근절 등을 김 위원장에게 건의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통신판매중개업 분야 거래 공정화를 위한 제도 개선, 시장 공정성을 해치는 대기업의 MRO(소모성자재구매대행) 소모품 소매진출에 대한 조치 등을 요청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국민희생이 토대가 되어 성장한 재벌대기업들이 골목상권과 생계형 업종까지 무차별하게 계열사를 확장하고 기술탈취와 납품단가 후려치기, 부당한 전속거래 등 우월적 지위를 앞세운 각종 불공정을 저지르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공정경쟁 환경 조성에 노력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곧 나타나 중소기업이 중심이 되는 바른시장경제로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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