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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빠진 8차 전력수급계획

文정부 탈원전 핵심 근거 '균등화발전비용' 발표서 제외

전문가들 "논란 수습 위해서라도 객관적 수치 빨리 나와야"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의 핵심 근거인 ‘균등화발전비용(LCOE)’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분리해 발표한다. 통상 정부는 전원믹스의 변화를 담는 전력수급계획에 각 발전원 간의 경제성을 비교하는 균등화 발전비용 추정치를 담아왔다. 탈원전 정책의 청사진 격인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 재산정된 균등화 발전비용이 빠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도 그 근거를 잃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에너지 학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르면 이달 말 재산정한 균등화 발전단가 추정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논란이 일자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산업조직학회에 균등화 발전비용 산정을 위한 용역을 각각 발주했다. 현재 각 용역의 결과를 받아들고 균등화발전원가검증위원회에 올릴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균등화 발전비용은 국가 전력정책 수립의 핵심이 되는 수치다. 발전원가뿐만 아니라 원전과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태양광·풍력 등 각 발전원의 사고나 환경오염 등 외부효과를 감안해 생애주기별로 소요되는 비용을 추산한다. 이 결과는 전원구성의 방향과 신규 발전설비를 결정하는 판단 근거로 쓰인다. 미국의 경우 에너지정보청(EIA), 영국은 에너지기후변화부(UK DECC)가 매년 균등화 발전비용을 발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국회에서도 전력수급계획 수립 시 균등화 발전비용 산정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문재인 정부도 이 균등화 발전단가를 근거로 탈원전의 고삐를 당겼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미국은 오는 2022년, 영국은 2025년 원전이 최고 비싼 발전원이 된다고 전망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IA는 2022년 미국에서 원자력의 발전비용이 1㎿당 99.1달러로 태양광(66.8달러)과 육상풍력(52.2달러)으로 비싸진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도 2025년에 태양광(63파운드)과 육상풍력(61파운드)의 발전비용이 원자력(95파운드)보다 싸진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 균등화 발전비용이 각국의 기후와 지리, 제도, 기술력 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원전의 발전원가가 1㎿h당 40.42달러로 세계평균(82.64달러)의 절반도 안 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반면 태양광은 142.07달러로 세계 평균인 91.29달러보다 55.6% 비쌌다. 균등화 발전비용도 마찬가지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원전의 균등화 발전비용은 ㎿h당 40.42달러로 미국(77.71달러), 영국(100.75달러)보다 현저히 낮은 반면 태양광은 176.34달러로 미국(102.56달러), 독일(157.13달러)보다 높았다.

이번 정부의 발표에 이목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탈원전 정책의 분수령이었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공론조사 당시에도 균등화 발전비용은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값싼 원전의 발전단가 예측치가 논란이 될 것으로 우려해 정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분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불씨가 남아 있는 탈원전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객관적인 수치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정에 따라 (용역을 수행한) 두 기관이 내놓는 값이 다를 텐데 숫자만 덜렁 내놓으면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며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가정과 산정 범위 등의 세부 내역도 같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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