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쓸 만한 사람인지를 알고자 한다면 마땅히 당면한 일들에 하문하셔야 합니다. 그리하여 신의 말이 채택할 만한 것이 못 된다고 여기신다면 다시는 소신을 부르지 마옵소서.”
율곡 이이는 대사간 자리에서 물러나며 선조 임금에게 이 같은 사직상소를 올렸다. 여러 차례 자신을 요직에 앉히고도 정작 충언에는 귀 기울이지도 않는 왕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운 것이다.
명종에게 올린 사직상소에서 남명 조식은 “자전(임금의 모후·문정왕후)께서는 생각이 깊으시지만 깊숙한 궁중에 있는 한 사람의 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라고 직언했고, 고종에게 사직상소를 전한 면암 최익현은 “폐하께서는 물욕에 마음이 끌리고 욕심이 습관이 되셨습니다. 부드러우나 강단이 부족하고 자잘한 일은 잘 챙기면서도 큰 그림을 그리는 일엔 어둡습니다”라며 직설을 날렸다.
책 제목인 ‘다시는 신을 부르지 마옵소서’의 신(臣)은 신하를 뜻한다. 조선 시대 선비 27명의 ‘사직상소’를 묶은 이 책은 목숨 걸고 권력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강직한 선비정신과 관직을 떠나면서까지도 지키고자 한 대의(大義)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합니다”라고 간단히 적고 마는 요즘 사표가 놓치고 있는 것에 대한 반성은 덤이다. 1만3,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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