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심 고리키는 대표적인 ‘혁명문학가’로 불리지만 러시아혁명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반면 지나친 폭력성 등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시의에 맞지 않는 생각들’이라는 칼럼을 통해 볼셰비키 지도자를 “권력이라는 독에 중독된 자들”이라 비판하고 부화뇌동하는 프롤레타리아를 “몰상식한 주인에게 선동당해 폭력과 테러를 사용하면서 계급적 특권의식을 부르짖는” 자들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런가 하면 비슷한 시기 러시아의 시안 안나 아흐마토바는 소비에트 정권이 날조한 사건에 휘말려 남편이 총살당하고 아들마저 수용소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난 결코 시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시 속엔 내 민족의 새로운 삶과 나를 연결해주는 끈이 있었다”면서 “이 시기를 살고 다양한 사건을 보았던 것은 행운이었다”고 적었다.
이처럼 혁명은 예술가들을 자극했고 동시에 예술은 혁명을 구현하는 데 일조했다. 러시아혁명 100주년을 맞아 한국러시아문학회가 엮은 이 책은 혁명기에 살았던 러시아 작가와 건축가, 화가, 음악가의 삶과 예술 세계 등을 아우른다. 문학 작가 11명의 혁명을 대하는 서로 다른 태도와 혁명기에 발생한 ‘러시아 아방가르드’ ‘러시아 형식주의’ 등의 이론이 주축을 이룬다. 말레비치가 이룬 ‘절대주의’, 볼쇼이발레로 대표되는 러시아 발레 등 러시아 혁명의 유산도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시기의 격변은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문득 궁금해진다. 3만5,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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