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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서 무너진 美 무역보복 논리..포스코 제재 명분도 '흔들'

[美법원 "한국 산업용 전기료 보조금 아니다"]

"美 정부, 이제는 전기료로 억지 부리지 못할것"

포스코 열연강판 상계관세 철회로 이어질수도

정부 'WTO 카드'도 남아..."승소 가능성 충분"





미국 철강협회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철강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시장에서 우리나라 철강제품을 몰아내는 조치는 마치 검찰이 사건 하나를 잡아 여러 사건을 일망타진하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지난 2015년 미국 의회는 상무부가 불리한가용정보(AFA)와 특정시장상황(PMS)을 휘두를 수 있는 무역특혜연장법(TPEA)을 통과시켰다. AFA는 미 정부가 요구하는 자료를 최선을 다해 제출하지 않으면 피소업체에 최대한 불리하게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PMS는 특정 국가 시장 상황을 비정상으로 보고 기업이 제출한 제조원가를 배척, 조사 당국이 재량으로 가격을 산정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호무역 수단이다.

미 상무부는 한국산 철강을 본격적으로 제재하기 위해 2016년 8월 국내 1위, 세계 5위 철강사인 포스코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포스코의 열연강판에 보복관세를 내리기 위해 △원자재를 납품하는 계열사 유무 △공적자금 수혜 내역 △경제자유구역 내 생산시설 등을 요구했다. 포스코는 철강의 원자재인 철광석과 석탄을 전량 해외에서 들여온다고 답했고 나머지 공적자금과 세제 혜택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상무부는 원자재가 아닌 부자재를 공급하는 계열사가 있는데 제출하지 않았다고 어깃장을 부렸다. 또 열연 생산과 전혀 관계없는 포스코대우가 한국광물자원공사에서 자원개발자금을 장기 대출받아 니켈광산 개발에 나선 것과 포스코 연구개발(R&D)센터가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에 위치한 것을 물고 늘어졌다. 포스코는 “한국 기업은 경제자유구역에서 세제혜택을 받지 않는다”고 항변했지만 미 상무부는 상장회사인 포스코에 외국인 투자 지분이 있기 때문에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멋대로 판정했다. 미 상무부는 조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의무적으로 상대 측이 제출하는 추가 증거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를 거절하고 포스코가 답변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며 국내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AFA를 적용, 이 사안과 관계없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보조금 항목이라며 우기며 열연제품에 대해 총 60.93%(상계관세 57.04%·반덤핑 3.89%)의 관세폭탄을 가했다.



상계관세는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대가로 부과하는 조치로 자연스럽게 상계관세를 부과받은 포스코의 열연제품이 유통되는 국내 시장은 비정상적 시장인 PMS가 된다. 미 상무부는 국내 업체들의 자료를 배척하고 재량으로 무차별 관세를 내릴 토대를 만든 셈이다. 그러면서 미 상무부는 철강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국내 업체에 무더기로 반덤핑 관세를 매겼다. 특히 넥스틸은 포스코의 열연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올해 유정용강관 반덤핑관세율을 종전 8%에서 46.37%까지 대폭 올렸다. 이로 인해 넥스틸은 대미 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할 계획까지 고심하고 있다. 미국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수입 규제 31건 가운데 철강 분야가 무려 20건에 달한다. 이미 미국에 수출하는 우리 철강제품의 80%가 보복관세를 맞은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국제무역법원이 한국전력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보조금이 아니라고 판정하면서 미국의 철강무역 제재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미 상무부가 포스코 열연강판에 상계관세를 부과한 주 요인인 전기료 혜택이 근거가 없다고 판결 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기료가 보조금이 아니라고 증명한 것은 한전을 조사한 미 상무부다. 전기료 특혜를 문제 삼아 고율의 상계관세를 매긴 조치와 배치되는 셈이다. 한 통상전문 변호사는 “미국 법원이 전기요금이 보조금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은 처음”이라며 “미 정부가 이제 전기료로 억지를 부리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와 법조계는 이 같은 미국 국제무역법원 판결이 무차별 철강무역 보복의 진원지인 ‘포스코 열연강판 상계관세’ 철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포스코는 미 상무부의 AFA 적용이 부당하다며 국제무역법원에 소송을 건 상태다. 전기료 혜택이 포함된 상계관세가 부당하다고 제기한 포스코의 연례재심도 이달 시작됐다. 포스코를 향한 상계관세가 부당하다는 결론이 나면 국내 철강업에 내려진 PMS 조치도 철회된다. 국내 철강사들에 내려진 보복관세가 낮춰지거나 철회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 국제법 변호사는 “미 상무부는 포스코의 추가 소명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데도 이를 부인하고 AFA를 적용한 것은 문제가 많다”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외교적인 잡음을 내지 않고도 미국 법원에서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우리 정부가 미 상무부가 포스코에 휘두른 AFA 조치를 WTO에 제소할 카드도 남아 있다. 정부는 WTO 제소를 위한 실무작업을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제법 전문 교수는 “WTO 제소로 포스코에 내린 AFA 조치가 국제법상 분쟁 조항이 되면 우리가 승소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구경우·김우보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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