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 이미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느낀 것은 열차가 출발하고 1시간이 채 되지 않아서다.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자 두 눈 가득 하얀 눈밭과 어두운 터널 풍경이 수차례 교차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릴 ‘강원도’였다. 평창군 진부면과 강릉시 성산면 사이의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국내 최장 산악터널인 대관령 터널(21.7㎞)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코레일 관계자는 “경강선 구간 120여㎞ 가운데 터널은 34개, 교량은 53개로 터널 구간이 72%에 이른다”며 “대한민국 최초로 동서를 연결하는 고속철도가 탄생하기 위해 엄청난 산고를 겪어야 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15일 본격 개통을 일주일 남긴 시점에서 ‘경강선KTX’ 마지막 시승행사가 진행됐다. 2012년 7월 건설이 시작된 경강선은 기존 노선을 고속화하는 작업과 원주~강릉 선로를 신설하는 작업을 거쳐 지난달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오는 21일 개통 행사를 갖고 22일 아침 첫차가 출발하면 ‘서울(청량리역 기준)~강릉 100분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된다. 경강선KTX가 개통되면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해 강릉에서 회 한 접시와 여유로운 커피 한 잔을 즐기고 저녁이면 서울에 도착하는 일정이 가능해진다. 경강선KTX는 내년 2월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선수단과 관람객들을 인천국제공항에서 경기장 인근 역까지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이동시킬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오전9시 서울역 14번 승강장에서 출발한 ‘경강선KTX’가 종착역인 강릉역에 도착한 것은 오전10시56분. 강릉역에 내리자 해돋이와 경포호의 가지연 줄기를 표현한 역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역사 내부에서는 손님맞이를 위한 막바지 내부 인테리어 작업이 한창이었다. 강릉역에서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인기 종목인 스케이팅과 하키·컬링 경기가 열리는 강릉 ‘코스탈 클러스터’는 차로 10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최상의 경기장 상태를 만들기 위해 경기장 출입이 통제돼 내부를 둘러볼 수는 없었지만 전 세계인들의 겨울 축제가 열린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렘을 감추기 어려웠다.
현장에서 만난 김명순 강릉문화해설사는 “과거부터 첩첩산중이라 서울에서 오기 어렵다던 강릉을 서울에서 100분 만에 오는 것도 천지개벽할 일인데 전 세계인들이 이곳에 모일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릉역 인근에는 다양한 관광명소도 인접해 있다. 동해를 보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커피거리와 해돋이 명소인 정동진역, 정동진의 ‘부채 끝’ 지형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정동심곡바다부채길 등이 있다. 강원대 교수가 조성했다는 하슬라박물관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현대미술과 전시작품들로 발길을 이끈다.
경강선의 인기는 개통 전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13일 기준으로 이미 31일 강릉행 열차와 새해 첫날 서울·청량리행 등 일부 열차는 대부분 매진된 상태다. 성탄절과 연말연시 예매율도 50%에 육박한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번 개통으로 그동안 승용차와 버스로 3시간 이상, 일반열차로 6시간 이상 걸렸던 강릉행 소요시간이 크게 단축되면서 시민들의 교통편의 개선은 물론 지역 발전에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릉=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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