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은 성인 10명 가운데 3명이 경험할 만큼 흔한 증상이다. 하지만 개인마다 증상과 원인이 다양해 신경과·이비인후과·내과·정신건강의학과 등 어떤 진료과를 찾아야 할지부터 막막하기 일쑤다. 여러 병원과 진료과를 다녀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어지럼증이 만성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7월 문을 연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는 4개 과 전문의 8명이 증상 중심의 원스톱 진료를 한다. 김지수 센터장은 “어느 과 전문의든 협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환자는 당일 센터 내 다른 과 전문의로부터 진찰을 받을 수 있다”며 “어지럽다는 증상만으로 센터를 찾아도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4개의 통합 검사실에서 다각적으로 평형기능을 평가해 진단의 정확도도 높였다. 눈의 움직임을 통해 전정신경계를 평가하는 비디오 안구운동검사, 암실에서 고글을 끼고 회전 자극에 대한 안구 움직임을 기록하는 회전의자 검사 등이 그 예다.
센터를 찾은 어지럼증 환자의 40~50%는 이석증과 심리적 어지럼증이 원인이다. 뇌질환(중추성 어지럼증)·편두통·메니에르병 등이 각각 10%쯤 된다. 김 센터장은 가장 치료가 힘든 어지럼증으로 전정신경이나 뇌신경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어가는 퇴행성 어지럼증을, 그 다음으로 만성화된 심리적 어지럼증을 꼽았다.
어지럼증으로 일상생활 중에도 혹시 넘어질까 불안해하는 환자는 초기에 진단·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어지럼증으로 악화하기 쉽다. 심리적 어지럼증이 지속되면 어지러울 때 활성화되는 뇌 회로가 만성적으로 활성화되고 해당 뇌 부위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는 경우도 많다.
김 센터장은 “심리적 어지럼증 환자는 어지럼증의 이유를 설명해주면 마음이 편안해져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며 “만성 어지럼증 환자는 우울증이 없어도 세로토닌계 항우울증 약을 쓰면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증상이나 우울증이 심한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부터 6개월 이상 심리·약물·인지행동 치료를 받으면 10명 중 7명은 증상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어지러우면 흔히 빈혈, 메슥거리고 구토가 동반되면 체해서 그렇겠거니 여기는 이들이 많다. 또 젊은 여성의 경우 욱신거리는 두통과 메슥거림·어지럼증이 동반되면 편두통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김 센터장은 “빈혈에 의한 어지럼증은 어찔한 정도이고 극심한 다이어트, 월경과다 때 일시적으로 발생할 뿐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럼증, 만성적인 어지럼증을 동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편두통 환자의 절반가량이 어지럼증을 느끼는데 뇌·청력에 문제가 있거나 이명 증상이 생겼다면 편두통성 어지럼증이 아닐 가능성이 크므로 센터에서 진찰과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센터장은 “대부분의 어지럼증은 빨리 발견하면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가볍게 생각해 방치하면 만성질환으로 발전한다”며 “지속적인 어지럼증은 몸에서 보내는 이상신호이므로 원인질환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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