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올바이오파마는 이날 스위스 제약사 로이반트사이언스와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HL161’을 5억250만달러(약 5,452억원)에 기술수출한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로이반트는 HL161이 상용화되면 유럽, 북미, 중남미, 중동, 북아프리카 등의 지역에서 독점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대웅제약(069620)이 지난 2015년 1,046억원에 인수한 바이오 전문기업으로 이번에 기술수출에 성공한 HL161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항체 바이오의약품이다. 글로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휴미라’ ‘엔브렐’ ‘레미케이드’ 등을 앞세워 단일 제품으로 매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앞서 셀트리온(068270)은 자가면역치료용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램시마’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 국내 기업이 개발에 성공한 오리지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는 전무하다.
반면 이날 코오롱생명과학은 일본 미츠비시타나베제약으로부터 인보사의 기술수출 계약 취소와 계약금 25억엔(약 240억원) 반환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미츠비시타나베는 계약 체결 당시 코오롱이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용 시료 생산공장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지 않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3상 시료를 승인받았다는 내용의 임상공문(CHL)도 제때 제출하지 않아 계약을 파기한다고 통보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계약 체결 전에 관련 내용과 정보를 충분히 전달했기 때문에 미츠비시타나베의 주장은 계약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양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대한상사중재원에 취소 사유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은 미츠비시타나베가 전격적으로 기술수출 계약 파기를 통보하자 당혹감에 휩싸였다. 코오롱은 지난해 11월 미츠비시타나베와 인보사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25억엔에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 432억엔(약 4,160억원)을 합친 전체 기술수출액은 457억엔(약 4,400억원)이다. 계약 파기가 현살화될 경우 자칫 내년 4월로 예정된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오롱생명과학이 18년 만에 개발에 성공한 인보사는 세계 최초로 동종 세포에서 배양한 유전자로 만든 퇴행성관절염 치료제다. 1회 주사로 2년 동안 약효가 유지돼 연 45조원 규모인 글로벌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시장을 주도할 기대주로 꼽힌다.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지난달부터 국내에 출시됐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신약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기 때문에 판권을 이전하는 대신 투자금을 조기에 확보해 상용화를 앞당기는 기술수출이 글로벌 바이오제약업계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국내 바이오제약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사례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김지영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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