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펀드평가(KFR)와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펀드 가운데 5년 이상 운용된 설정액 10억원 이상 대출채권펀드 5개 중 4개가 전 기간 수익률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농산물펀드는 11개 펀드 모두가 마이너스로 좀비펀드 오명을 벗지 못했다. 유형별 기준으로 보면 대출채권펀드가 5년(-51.10%), 3년(-35.68%), 2년(-33.15%), 1년(-25.28%) 등 모든 기간 수익률이 가장 부진했고 연초 후 수익률 역시 -26.43%를 나타냈다. 농산물펀드 역시 5년(-35.84%), 3년(-25.18%), 2년(-11.02%), 1년(-11.97%)에 이어 연초 후에도 -11.26%로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막강한 대세 상승장에서 상장지수펀드(ETF) 천하라고 불렸던 올해 시장에서조차 일부 농산물과 중공업 ETF는 힘을 쓰지 못했다.
부동산펀드의 경우 대체투자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수년간 평균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부동산 공모펀드는 크게 부동산 임대펀드와 부동산 대출채권펀드로 구분되는데 특히 대출채권펀드의 부진이 심각했다. 지난해부터 해외부동산 자산을 공모형태로 내놓는 등 해외부동산펀드까지 가세하고 있어 부동산펀드 투자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부동산펀드 가운데서는 담보 부동산에 부과된 체납 세금에 대한 공탁금 출급 소송이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담보 부동산 매각과 관련한 이해 관계자들의 손해배상청구까지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증채무를 이행의무를 지닌 곳은 파산 절차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수익자총회를 개최해 청산절차에 착수하기도 했다. 골든브릿지특별자산펀드가 대표적이다. 골든브릿지특별자산8은 경기도 의정부 롯데건설캐슬스파월드 개발사업에, 골든브릿지특별자산17은 인천 영종도 스카이리조트 개발사업에 투자했지만 개발사업은 진척이 없고 시행사와 시공사 간 갈등까지 이어져 펀드 수익률이 반등할 기미가 없다.
한국대체투자연구원장인 정삼영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금융대학원장은 “기관투자가도 신중하게 투자 결정을 내리는 부동산을 포함한 대체투자 상품이 공모상품으로 나오면서 위험관리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개인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리스크 요소를 운용사와 판매사가 모두 명확하게 투자자에게 안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장기간 투자해야 하는 펀드의 성격상 환매가 어려운 만큼 대출형 부동산펀드는 건설회사와 시행사의 신용도, 미래사업가치의 수익성, 타당성을 꼼꼼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두(콩)·소맥(밀)·옥수수 등에 투자한 농산물펀드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올 하반기 들어 미국 달러 약세와 중국 경기 호조로 금·은·동(구리) 등 ‘원자재 랠리(가격 상승)’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제 곡물 가격만 유독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농산물펀드 중 설정액이 가장 많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TIGER농산물선물’ ETF 연초 수익률은 -12.80%다. 5년 수익률도 -50.47%를 기록하며 수익률 반등에 힘이 부치자 3개월 새 100억원가량이 빠져나갔다. 신한BNPP애그리컬쳐인덱스펀드와 멀티에셋짐로저스애그리인덱스펀드도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초자산 가격 변동성이 큰 농산물펀드는 단기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농산물펀드가 문제가 있다기보다 기후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분산투자 개념에서 자산배분 전략으로 시의성에 맞는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펀드평가 유형 분류에 따르면 설정 5년 이상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ETF를 포함한 국내 주식형펀드 423개 중 12개 펀드만 전 기간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중 하락장에 베팅하는 인버스ETF 8개를 제외하면 삼성KODEX기계장비증권ETF(주식), 미래에셋TIGER200건설증권ETF(주식), 미래에셋TIGER200중공업증권ETF(주식), 미래에셋TIGER자동차증권ETF(주식) 4개 ETF가 좀비펀드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이들 펀드는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실적 하락에 따라 주가가 급락한 종목을 편입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해외주식형 265개 가운데선 전 기간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한 펀드는 없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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