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공익적 목적’이라는 설립취지와 달리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공정위는 공익법인 운영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우선 1단계로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특수 관계인 현황에 관한 자료제출을 요청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2일 5대 그룹 대표들과 만나 공익법인 전수조사를 예고한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의결권 제한 등의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대상 기업집단에 소속 비영리법인 목록과 동일인 관련자에 해당하는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상 공익법인에 해당하는지 등을 제출하도록 했다. 비영리법인 중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이라면 일반현황과 설립현황, 출연현황, 지배구조, 주식 소요 현황 등 특수관계인 현황을 제출받는다. 만약 조사 과정에서 신고가 그동안 누락된 비영리법인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되면 향후 대기업집단 지정 때 계열편입과 내부지분율 산정 등에 반영할 예정이다.
과거 동일인 관련자에서 제외처분을 받았다고 신고한 비영리법인도 현재 시점에서 그 요건이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제외 결정을 취소하는 조치도 이뤄질 방침이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공익법인은 삼성꿈장학재단이다. 삼성꿈장학재단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취임 초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의 동일인(총수) 관련자에서 제외된 2009년 이후 많은 시간이 흐른 만큼 (특수관계 여부 등을)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꿈장학재단(옛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은 삼성X파일 사건 등에 대한 도의적 책임으로 삼성 이건희 회장이 사회에 헌납한 8,000억원을 재원으로 2006년 설립됐다.
공정위는 한 달간 1단계 조사를 마치고 내년 1월 중으로 2단계 실태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2단계 조사에 대해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라 조사대상자로부터 자발적 협조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자발적’ 조사를 강조하는 데는 국회입법조사처가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전수조사’에 대해 “최소화하지 않을 때는 위법한 조사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한 탓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 권한 범위’라는 제목의 입법조사 회답에서 “공익법인에 대한 조사가 조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행정조사기본법 제4조를 어겨 위법한 조사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한 바 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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