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 화풍으로 국내외에 이름을 알린 고(故) 김흥수(1919~2014) 화백의 유작 70여점을 둘러싼 110억원대 소송이 벌어졌다.
김 화백의 3남1녀 중 장남으로 캐나다에 거주 중인 김용환(74·사진)씨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버지의 이름을 딴 ‘김흥수미술관(가칭)’ 건립을 이면 조건으로 작품 70여점을 증여받은 한올재단 관계자를 사기와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산출한 유작 72점의 과세표준 감정액은 110억원가량이며 이에 대한 상속세로만 48억원이 책정됐다.
김씨가 한올재단에 기증한 70여점의 작품은 원래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의 김흥수미술관 소장품이었다. ‘세기의 로맨스’로도 유명한 김 화백은 지난 1992년 43세 연하의 제자인 고 장수현씨와 세 번째 결혼을 했고 장씨는 2002년 김흥수미술관을 개관했다. 상속세 문제를 염려한 김 화백은 2007년 부인과 서류상 이혼했고 2012년 부인이 먼저 지병으로 별세했다. 이후 미술관 건물이 매각되는 과정에서 소장품 관리권을 갖고 있던 장씨의 친정 식구들이 평소 알고 지내던 불교재단에 작품 72점을 맡겼고 이후 이 사실을 알게 된 김 화백이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김 화백은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14년 6월 타계했고 장남인 김씨가 이어받아 지난해 5월 승소해 작품을 되찾았다.
김씨는 “작품 반환 소송에서 승소하자 곧 국세청으로부터 2016년 말까지 상속세 48억원을 납부해야 하며 미납 시 그림을 압류해 공매처분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유족이 의도한 김흥수미술관 건립에 동의한 한올재단 관계자를 만나 상속세 납부 마감 1주일 전에 급하게 증여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돈 욕심이 있었다면 작품들을 팔았겠지만 이 작품들이 대한민국에 영원히 남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미술관 건립을 추진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한올재단은 유족 측 주장에 반박하며 김씨를 재단 이사장으로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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