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울산 공장 컨베이어벨트를 쇠사슬로 묶고 파업에 돌입한 지난 11월 말. 지구 반대편의 독일 아우디 네카줄름 공장에서는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각종 센서로 무장한 아우디는 전통 제조업의 상징인 컨베이어벨트를 없앴다. 대신 자동이동로봇(AGV)이 무선식별장치(RFID·반도체칩에 정보를 저장하고 무선으로 데이터를 송신)를 이용해 다음 공정 작업자를 찾아간다. ‘기술을 통한 진보’를 앞세운 아우디는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노동력 낭비를 최소화해 생산성을 극대화했다. 지멘스의 암베르크 공장도 스마트팩토리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멘스는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불량률을 0.001%까지 줄였다. 100만개를 생산하면 불량제품이 고작 10개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사실상 불량률이 제로에 가깝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지능(AI)과 IoT·빅데이터를 이용한 혁신에 한창이다. 혁신기지는 스마트팩토리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은 곧 연결이고 연결을 통해 얻어지는 데이터의 활용이 중요하다”며 “오는 2020년 약 2,847억달러(310조원, 포스코경영연구소 전망) 규모로 팽창할 것으로 보이는 스마트팩토리를 잡는 기업과 국가가 시대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팩토리의 진짜 ‘힘’은 데이터=스마트공장은 기계에 부착된 각종 센서가 작업을 할 때마다 쌓이는 데이터로 더 높은 생산성 향상을 가능하게 한다. 보쉬는 고객사로 연결망을 확장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 전 세계에 흩어진 250여개의 자사 공장들을 연결하는 3C(연결·창조·복제)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고객사까지 지능화하고 있는 생산 생태계 안에 집어넣어야 혁신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 조치다.
미국은 아예 스마트팩토리 시장의 두뇌가 되고 있다. 미국 제조업의 자존심인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해 “서비스업 중심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재탄생하겠다”고 선언했다. 가전 부문을 중국 하이얼에 팔고 금융위기 이후 효자 역할을 했던 금융사업도 웰스파고에 매각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것이 GE의 산업용 운영체제(OS)인 프레딕스다. GE는 그동안 팔아왔던 엔진과 기계·헬스케어 제품의 유지 관리와 컨설팅·금융 서비스를 통합한 솔루션 패키지 사업으로 돈을 벌어들일 계획이다. GE는 산업별로 핵심적인 부분에서 1%를 절약하는 ‘1%의 힘’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제시했다. 세계 항공 산업에서 생산을 1% 효율화하면 이익이 6%나 증가한다는 것이다. GE는 엔진에 부착된 센서와 산업용 IoT를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프레딕스’라는 플랫폼으로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장악 위한 플랫폼 전쟁=독일과 일본 기업들도 GE의 야심 찬 계획에 맞서기 위해 플랫폼 전쟁에 뛰어들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에서 스마트팩토리를 묶는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제조업 연결시대를 이끌고 있다. 독일 정부는 스마트팩토리의 플랫폼과 표준, 사이버보안, 법과 제도, 인력 양성 등을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의 핵심과제로 꼽아 추진 중이다. 이에 맞춰 독일의 지멘스도 플랫폼 마인드스피어를 내놓고 GE를 추격하고 있다.
지멘스는 100여개 기업과 마인드스피어 도입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글로벌 에너지관리·자동화 회사인 슈나이더일렉트릭도 에코코스트럭처라는 플랫폼을 내놓았다. 이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클라우드·운영체제)와 IBM(인공지능), 오라클(빅데이터·산업용 소프트웨어)도 산업인터넷 플랫폼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일본은 ‘에지(Edge)컴퓨팅’이라는 제3의 길을 택했다. 미국이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시장을 장악해가는 가운데 짧은 거리에 있는 기기들의 실시간 신호와 처리능력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차별화했다. 이는 자국 기업인 화낙과 키엔스·옴론 등 자동화 기업이 아시아 시장에서 상당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자체 개발한 분석 소프트웨어와 AI를 활용한 분산형 스마트팩토리로 이 시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韓 점유율 고작 1%, 글로벌 협업 통해 입지 넓혀야=글로벌 산업 강국들의 스마트팩토리 전쟁에서 한국의 입지는 초라하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이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1.5%(24억달러·2012년 기준) 수준이다. 2015년 ‘제조업 3.0’ 전략을 내놓은 정부는 올해까지 스마트공장을 5,000개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구축이 완료된 곳은 3,984개(11월 말 기준)에 그친다. 이마저도 스마트팩토리로 보기에는 초라하다. 초보적인 센서를 장착한 자동화 수준에 불과한 탓이다. 무엇보다 선진국들이 장악하고 있는 엔지니어링과 소프트웨어 등 플랫폼 개발은 먼 나라 얘기다. 스마트팩토리 관련 조직도 부처별 칸막이에 갇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있던 스마트공장추진단은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됐고 AI 개발 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능정보사회추진단이 맡고 있다. 김상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선진국들이 장악한 시장에서 우리가 선두업체가 될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도 생각해야 한다”며 “일본처럼 우리도 스마트팩토리 비전을 명확히 하고 우리만의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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