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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 수정안 들여다보니] 종교활동비 신고 의무화했지만 셀프비과세 틀 유지는 '옥의 티'

총액만 신고 구체내역은 몰라

세무조사 나서도 한계 불보듯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종교인 과세 시행 방안이 특혜 논란이 일자 약 한 달 만에 수정안을 내놓았다. 비과세 대상인 ‘종교활동비’도 세무서에 신고하게 해 종교인의 과세 관련 의무를 늘렸다. 하지만 종교단체 스스로 비과세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한 틀은 유지하기로 해 논란을 가라앉히기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심 끝에 내놓은 카드, ‘종교활동비 신고 의무 부과’=지난달 3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종교인 과세 시행 방안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종교단체 스스로 비과세 범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식대·교통비 등 기존 비과세 항목에 종교활동을 위해 쓴 종교활동비를 추가했다. 일반 기업으로 치면 업무추진비 같은 것이다. 종교활동비는 종교단체가 자체 규약이나 의결기구의 의결 등으로 종교활동을 위해 쓴 돈이라 판단한 비용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 등에서는 ‘셀프 비과세’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종교단체가 종교활동비를 임의로 많이 책정해서 세금을 줄여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21일 종교활동비도 일단 과세 당국에 신고하도록 소득세법 시행령을 바꿨다. 가령 월 소득 200만원 중 순수하게 개인을 위해 쓴 돈이 120만원, 종교활동비가 80만원일 때 기존 안대로면 120만원만 신고하면 됐으나 이제는 80만원도 함께 신고하도록 한 것이다. 일종의 견제 장치다. 최귀수 한국기독교연합회 사무총장은 “종교활동비 금액이 과세 당국에 보고되므로 종교활동비를 산정할 때 더 신중해지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셀프 비과세’ 틀은 안 바꿔 논란 계속될 듯=하지만 이런 방안만으로 논란을 불식시키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교활동비를 비과세하고 활동비 범위를 종교단체에서 결정하도록 한 큰 틀은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득 중 비과세 항목은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2015년 국회를 통과한 종교인 과세 방안 초안 역시 그랬다. 초안은 비과세 항목을 종교활동 관련 교육비, 월 10만원 이하 식대, 교통비 등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 종교인 과세 시행을 앞두고 비과세 대상에 종교활동비라는 폭넓은 개념까지 추가했고 종교활동비의 범위 역시 종교단체에서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다. 이 큰 틀은 바뀌지 않았기에 문제점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종교활동비를 신고할 때 총액만 신고할 뿐 구체적인 내역은 보고되지 않기 때문에 과세 당국이 지급명세서를 보고 문제를 찾아내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임재현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종교인 과세를 두고 형평성 논란이 있지만 50여년 만에 종교인 과세의 첫걸음을 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종교인 과세를 시작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이 나오면 제도를 다듬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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