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진화는 달라진 환경에 얼마나 적응하느냐다. 원시생물의 눈에서 수많은 색채를 판별할 수 있는 눈으로 변화하는 것도 진화이지만, 오히려 눈의 기능을 퇴화시켜 불필요한 에너지를 줄여가는 방식도 진화의 한 모습이다.
기업의 진화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적 진보만이 능사가 아닌 달라진 소비자들의 욕구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느냐가 생존을 위한 진화의 본질이다.
오픈마켓용 택배박스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창마루가 대표적인 사례다. 백색가전용 골판지상자를 제조하던 이 회사는 2005년 오픈마켓에서 상품을 배송할 때 사용하는 택배박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백색가전과 달리 택배박스는 소량 다품종 시장으로 생산은 물론 재고관리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경쟁업체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재고물량을 줄이고 창고보다는 생산설비 확충에 치중할 때 창마루만은 현대화된 물류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투자를 이어갔다. 시간과의 싸움인 오픈마켓에서 고객의 경쟁력을 배가시키기 위해서다.
또 경쟁업체들이 영업조직을 확대할 때 창마루만은 별도의 영업조직 없이 업계 최초로 자동견적시스템을 개발해 누구나 손쉽게 견적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다른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고객상담부서의 외주화 바람이 불 때도 오히려 고객CS 전담 인원을 강화하고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변화의 초점을 기업이 아닌 고객의 편의에 맞춘 것이다.
20년 넘게 마스크팩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씨엔에프의 경우도 비슷하다. 경쟁이 치열해진 최근 들어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 회사는 특화된 상품개발로 연이은 대박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제품개발을 위해 소비자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연구해온 씨엔에프는 홍콩에서 진행된 바이어테스트에서 한국 소비자들에게서는 큰 관심을 얻지 못했던 얇고 투명한 재질의 시트에만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씨엔에프는 중국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투명하고 얇은 원단의 독점 공급을 체결하고, 그에 맞는 다양한 기능성 에센스를 결합한 제품을 선보이면서 중국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켜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적인 특화된 기획 상품 기획을 이어갔으며, 코팩과 입술 하이드로겔을 포함하여 시트 마스크 시장을 리딩하며 고객사의 만족을 일으켜내면서 기록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안광석 서울경제비즈니스 기자 busi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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