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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과학자 5인 좌담] "시류편승·정량평가...R&D혁신 외치지만 '연구적폐' 그대로"

■‘현장 과학자가 본 R&D 현실과 혁신방안’

공정성에만 초점 맞춰지면서 R&D 하향평준화

드론 등 테마 끼워넣지 않으면 과제선정 힘들어

자금지원, 단기성과보다 산업화에 중점 두고

표류 R&D혁신 법안 처리에도 당정청 나서야

이인규(왼쪽부터)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안춘기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손미원 바이로메드 전무, 석상일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특훈교수, 심상준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가 20일 과천과학관에서 ‘현장 과학자가 본 R&D 현실과 혁신방안’ 좌담회를 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20일 ‘2017년 우수과학자포상 시상식’이 열린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진행한 ‘과학자가 본 R&D 현실과 혁신 방안’ 좌담회에서 과학자들은 한결같이 연구에만 전념하기 힘든 환경에 일침을 가했다.

이들은 청와대와 정부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문재인정부 7개월이 훌쩍 지나도록 전혀 피부로 느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연 20조원의 국가 연구개발(R&D) 자금이 정부출연연구원과 학계·기업에 지원되나 공정성에 초점을 맞춰 정량평가 위주로 선정한다든지, 산업화 성과가 부족하다든지, 연구 본류를 벗어나 시류에 편승하거나 정치적 환경을 봐가며 연구를 하는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문재인표 R&D 혁신 공약’이 국회에서 연내 통과가 무산돼 표류하고 있지만 당·정·청이 몸을 던지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다음은 고광본 선임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 일문일답이다.

-청와대와 정부에서 R&D 혁신안을 추진하는데 변화가 있나. 과학자가 한우물을 파야 노벨상도 받고 산업화도 될 텐데 그런 여건이 되는가.

△안춘기 교수=부처 이름만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바뀐 것 같다는 일부 지적이 있었다. 한우물 파는 연구가 쉽지 않다. 오랫동안 하던 연구를 지속하려면 과제에서 많이 떨어진다. 드론 등 유행하는 주제를 과제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선정도 되고 우수 학생도 오고 미디어에도 노출되는데 문제는 전공 분야가 모호해진다. 중국과 공동연구하면서 보면 그쪽은 한우물 파는 과제에 막대하게 지원한다.

△이인규 교수=새로운 어젠다가 안 나온다. 2~3년 끌어왔는데 성과가 안 나오는 연구는 피하게 된다. 인공지능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딥러닝 기술을 과거 10년간 암흑기에서 정부지원을 받아 돌파했다. 우리는 장기든 단기든 성과부터 요구한다.

△심상준 교수=일본이 노벨상을 많이 타는 것도 하나의 주제를 평생 연구하기 때문이다. R&D혁신법안(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기획재정부로부터 500억원 이상 R&D 예타권을 위탁받고 정부 출연연 예산심의권도 일임받음)도 국회에서 표류 중인데 통과된다고 ‘얼마나 달라질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변화가 필요하다.

△석상일 교수=‘3책5공’이라고 연간 책임연구는 3개, 공동과제는 5개까지만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하향 평준화다. 중국·일본은 잘하는 과학자는 연구그룹이 40~50명인데 우리는 많아야 10명인 게 일반적이다. 저변 확대의 당위성은 이해하지만 여건이 안 된 교수에게 연구비를 주면 인도·베트남 등의 학생을 뽑고 한국 학생은 뒷바라지하는 데 쓴다. 민원을 우려해 많은 연구자가 수혜를 보는 형태로 하는데 낭비요소가 많다.

△손미원 전무=일관된 정책으로 산업을 키워야 하는데 정책이 유행을 타 구멍이 많이 생긴다. 바이오 산업만 해도 궤도에 올라가는 과정에서 기초를 쌓고 있는데 임상실험 전이나 1상에서는 지원이 안 되고 (어느 정도 검증이 되는) 2상·3상에서 지원한다.

-국가 R&D 자금을 지원하며 단기성과를 강조하는 문화는 여전한가. 정성평가가 필요한데 현실은 어떤가.

△안 교수=1년 단위로 논문을 체크해 좋은 저널에 내면 논문이 거절될 수 있는 부담이 있어 많은 연구자가 낮은 저널에 내려고 한다. 좋은 연구를 하기 힘든 상황이다.

△손 전무=바이오는 연구 분야가 넓고 깊어 성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다국적 기업에 비해 맨파워나 자금도 부족한데 연구비를 지원한 뒤 자꾸 성과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석 교수=연구를 접었다든지 비전문가가 ‘상피제’로 인해 전문가를 평가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많다. 서울대 교수가 연구과제를 신청하면 그쪽 교수는 심사위원으로 못 들어온다. 정성평가 비중을 높이면 이의신청이나 민원이 들어온다. 서로를 못 믿는다. 오랫동안 성과가 안 나오면 ‘왜 자꾸 지원하느냐’며 자른다. 심사할 때 공정성만 너무 따지는 게 문제다.



△이 교수=한국연구재단과 삼성미래재단 평가에 참여하는데 삼성은 수월성, 연구재단은 공정성이 키워드다. 뒷말 나오는 게 싫어 상피제가 나오지 않았나.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평가하면 ‘선택과 집중’ 투자가 어렵다.

△심 교수=도약과제와 창의과제는 수월성을 따지고 대형 국책과제는 정치적인 상황이 될 수 있어 공정성을 따지면 어떨까.



-기업에서는 정부 지원으로 출연연과 교수들과 공동연구할 때 논문 제출에만 관심 있고 산업화 성과는 신경을 덜 쓴다고 불만인데.

△손 전무=산업화 기술은 연구자에게 논문 부담을 많이 안 줬으면 좋겠다. 정부의 R&D 자금도 기초연구에 몰입돼 있는 것 같다. 산업경쟁력 확충에도 비중을 둬야 하고 바이오만 봐도 여러 부처 업무가 혼재돼 있는데 잘 공유했으면 한다.

△심 교수=국가 R&D자금 중 실상 기초과학 비중이 그렇게 높다고 볼 수 없다. 출연연도 많은데 운영비가 많이 들어가고 출연연과 학계에서도 중복연구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기초원천기술과 상업화 기술에 대한 투자는 예산 배분 단계에서 잘 나눠야 한다. 전 정권에서는 물론 효과가 크지는 않았지만 실용화 기술이전과 창업점수에 비중을 뒀는데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석 교수=정부지원을 받았으니 당연히 연구과실이 산업에 도움이 되도록 논문과 산업화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정치논리에 따라 과학기술 현장이 영향받는 것은 없나.

△심 교수=기후변화 등 국가 프로젝트에 많이 관여하는데 정권을 떠나 그 입맛에 맞게 빈번히 변한다. 기존에 중요시됐던 게 하루아침에 무시되고 평가에서 빠지는 게 많다. 과학자가 안테나를 세우고 주위 환경 변화에 예민해져야 한다. 탈원전은 무리가 있어 보이는데 정치논리가 현실적 입장을 앞섰다고도 볼 수 있다. 국책과제에서 중복투자도 여전히 적지 않다.

△석 교수=정치 구현수단 중 하나가 과학기술이라고 봤을 때 과학기술이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

△이 교수=그동안 정권의 핵심 주제어에 따라 연구가 포장돼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형 과제를 준비하며 그 의도를 파악하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하고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중앙과 지방의) 지역 안배 등 연구 이외 요인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과학기술에서 N분의1은 맞지 않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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