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사회주의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는 수탁자책임원칙(스튜어드십 코드) 시행에 제동이 걸렸다. 기업 경영에 국민연금을 활용해 간섭하는 정도가 지나치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21일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배력을 제한하기 위해 의결권 행사 한도를 5%로 제한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기업 경영에 참견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어 이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 법안 발의의 이유다.
김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토론회를 열고 “정부가 자율규제에 불과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기업 개혁 수단으로 삼고 있지만 이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취지가 아니다”라며 “지난 2010년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캐나다·일본 등 20여개 나라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지만 이로 인해 기업가치가 개선된 증거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도 정부의 현 스튜어드십 코드 정책은 ‘연금사회주의’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KB금융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노조 추천 사외이사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확정되기도 전에 이미 정부의 뜻에 맞게 행동주의적 개입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 최대 연금인 일본의 공적연금(GPIF)은 민간운용사에 투자와 투표권까지 포괄적으로 위탁하지만 국민연금은 투표권을 직접 행사하게 돼 있다”며 “미국에서도 과거 캘리포니아연금펀드(CalPERS) 등이 행동주의에 앞장섰다가 비효율성과 권한 남용이 도마에 올랐던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운용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별도의 기금운용공사를 세워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반대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최광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석좌초빙교수는 “국민연금공단이 복지부에서 이미 분리돼 있는데 별도의 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며 “구체적인 운용이나 개별 투자 결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공단에 소속된 기금운용본부에 전적으로 위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최 전 장관은 “법상 기금운용위원장인 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 업무를 보는 시간은 1년에 15시간도 안 된다. 그런데도 기금운용 최종 책임자는 복지부 장관”이라며 “국민연금제도는 외국에서도 모범적이라며 칭찬하는 수준이다. 지금은 정부의 기금운용 권한을 늘릴 게 아니라 담당 공무원을 교육하고 전문 인력을 키워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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