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매일 밤 여의도 ‘증권맨’ 위로하는 20년 무명가수 이야기 |
하지만 자신만의 공간에서는 스타 못지않은 갈채를 받는 무명 가수들도 제법 있다. 음악 열정만큼은 대형가수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여의도 김광석’으로 불리는 가수 최승호(44)씨도 그중 하나다. 그는 매일 밤 여의도 한복판에 위치한 ‘자유2’라는 라이브카페에서 신청곡을 들려주며 여의도 증권맨들의 투자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위로를 주고받는다.
가게 벽면은 고(故) 김광석의 사진으로 도배돼 있다. 신청곡도 대부분 ‘광야에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등 김광석의 노래다. 손님들은 서로 어깨를 걸고 ‘떼창’을 벌이다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내준다. “가장 존경하면서도 좋아하는 가수입니다. ‘여의도 김광석’이라고 불릴 때마다 사실 부담스러워요. 동시에 굉장한 영광이죠.”
손님들은 대부분 40~50대 여의도 증권가 직원들이다. 통기타 음악이 전성기이던 지난 1970~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세대다. ‘자유2’가 여의도 증권맨들의 ‘아지트’로 불리는 이유다. “김광석 노래를 들으며 추억에 젖을 수 있는 곳이 여의도에는 많지 않아 4050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것 같아요.”
최씨는 벌써 20년이나 활동 중인 실력파 언더그라운드 가수다. 중학생 때 선물로 받은 통기타에 반한 것이 가수의 꿈을 키운 계기였다. 이후 아마추어 밴드로 활동하며 미사리·일산 등 라이브카페를 전전하며 노래만 불렀다. 꽤 인기가 높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변변한 ‘히트곡’ 하나 없다는 사실이 뼈저린 아픔이다. “음반을 낼 기회가 많았는데도 절실함이 없었어요. 그저 노래할 수 있는 삶이 좋았죠. 되돌아보니 최승호라는 가수에게 남아 있는 게 없더라고요.”
최씨도 31세에 주변 노래패와 함께 공동 음반을 낸 적은 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한동안 음반을 낼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2014년과 올해 각각 한 장의 개인 음반을 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계속 음반을 낼 예정이다.
“가장 큰 힘은 가족들과 ‘자유2’를 찾는 손님들이에요. 항상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죠.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꼭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어요. 그때는 ‘여의도 김광석’이 아니라 ‘멋진 가수 최승호’라고 불릴 수 있겠죠?”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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