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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중국 디자인이 온다] 짝퉁의 천국? 디자인 강국!

■황윤정·페이웬화 지음, 미술문화 펴냄

샤오미 佛디자이너 필립 스탁 영입

왕슈, 건축계 노벨상 최연소 수상

'펑리위안 패션' 세계가 집중 조명

전통에 현대감각 더해 경쟁력 쑥

'메이드 인 차이나' 명품으로 거듭





그저 베껴 만드는 ‘짝퉁’ 뿐인 줄 알았다. ‘메이드 인 차이나’ 말이다. 중국 기업 샤오미는 2011년 첫 스마트폰 출시 이후 불과 3년 만에 애플과 삼성을 잇는 세계 3위로 뛰어올랐지만 ‘짝퉁 애플’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녔다. 스티브 잡스를 추종한다 하여 ‘레이 잡스’란 별명이 붙은 CEO 레이쥔은 “샤오미는 애플과 구글, 아마존을 합한 회사”라고 선언했다. 애플인가 싶어 눈길을 잡은 미니멀한 디자인의 샤오미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이어 TV셋톱·공기청정기·로봇청소기·체중계·밥솥까지 무서운 속도로 영역을 넓혔고,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점유율을 높인 구글처럼 제품을 연결시키는 어플리케이션 ‘미 홈(Mi Home)’을 통한 플랫폼 확장 작전을 펼치는 중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웠던 중국이 기술을 확보하더니 이제는 디자인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앞서 본 샤오미는 프랑스 디자이너 필립 스탁을 초빙해 스마트폰을 만들었고, 화웨이는 애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영입했다. 신간 ‘중국 디자인이 온다’는 주목해야 할 중국 디자인 28가지를 통해 그들의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봤다.

지난 2013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모스크바로 첫 해외순방에 나섰을 때 국제 무대에 처음 등장한 중국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 못지않게 화제가 된 것은 짙은 남색 트렌치코트에 하늘색 스카프를 두른 그녀의 패션이었다. 이른바 ‘공항룩’으로 옷부터 가방까지 스타일을 완성해 준 디자이너는 중국 지린성 출신의 마커. 노자 ‘도덕경’에서 따온 쓸모없다는 뜻의 ‘무용’을 철학 삼아 브랜드 ‘우용(無用)’을 창업한 이다. 그녀의 패션쇼에는 화려한 분칠의 모델 대신 진시황릉의 병마인형 같은 흙칠을 한 무채색 옷차림의 모델이 올랐다. 디자이너가 농촌에 내려가 흙을 접하며 느낀 중국의 생명력을 구현한 것이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의 최연소 수상자가 된 왕슈는 건축의 영감을 중국 산수화에서 끌어왔다. 그런가 하면 베이징 출신으로 예일대 건축학과 출신인 마옌송이 연 건축사무소 ‘MAD’는 지역 환경을 아우르는 디자인으로 건물을 포함한 자연이 그대로 중국 산수화가 되게 했다. 쉐라톤호텔로부터 네이멍구 후저우 시에 호텔 설계를 의뢰받은 MAD는 지면에 붙은 호텔의 한쪽 끝이 호수에 맞닿은 아치형의 디자인으로 마치 건물이 호수에 휘영청 뜬 달처럼 보이게 했다. 호텔이 주변 풍경을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투숙객들은 호수에 떠 있는 것 같은 신비함 경험을 할 수 있다.



‘주역’으로 알려진 중국 고대 경전 ‘역경’ 첫 구절에서 그 이름을 따온 ‘핀우(品物)’ 스튜디오는 전통 죽세공을 이용한 대나무 의자, 종이에 색을 입혀 만든 화병, 기름종이를 사용한 우산공법에서 가져온 파라솔 등 가장 중국적인 소재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벤투’디자인의 경우 콘트리트부터 쇠똥까지 누구도 생각지 못한 재료를 끌어다 쓰는 역발상을 택했고, 마음에 드는 가구를 직접 만들어 쓰겠다는 의지에서 시작된 가구회사 ‘판지’는 북유럽 스타일이나 일본 젠 스타일과 차별화된 현대식 중국스타일을 퍼뜨리고 있다.

책은 샤오미, 하이얼 등 잘 알려진 기업으로 시작하지만 이제 막 치고 올라오는 신진 디자인업체의 무서운 저력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들의 한결같은 공통점은 ‘전통’이다. 지극히 중국적인 사상을 기반에 두고 현대적 감각을 펼친다. 중국 디자인의 핵심이 일방적인 ‘모방’이나 ‘개발’이 아닌 유구한 역사에 기반한 ‘전통’이라는 점은 또 한번 우리를 자극한다. 샤오미가 ‘대륙의 실수’일 뿐 아니라 ‘대륙의 실력’임을 깨달았듯 말이다. 1만6,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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