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L(29)씨는 기침이 시작된 지 2주가 됐지만 부쩍 추워진 날씨 때문에 감기에 걸렸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고열, 근육 수축 등 오한 증세까지 생겨 동네 의원을 찾았고 급성 기관지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K(52)씨는 1주일 전부터 오한·기침·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감기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고열이 심해지고 누런 가래가 1주일 이상 이어져 동네 병원을 찾았다. 폐렴이었다.
이처럼 기관지염·폐렴·독감 등은 초기 증세가 감기와 비슷해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 먹고 버티다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독감·폐렴은 미리 백신 접종을 하면 예방하거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감기는 코감기의 주된 원인인 리노바이러스 등 200여종의 바이러스와 여러 세균에 의한 감염성 질환이다. 코·목·기도·후두 부위에 잘 발생하며 흔히 콧물, 재채기, 기침, 발열, 목 아픔 등의 증상을 보인다. 대개 1~2주 안에 자연적으로 낫지만 경우에 따라 중이염·기관지염·폐렴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환자가 기침할 때 튀는 작은 침방울과 함께 바이러스 등이 다른 사람의 점막으로 들어가 전염된다.
급성 기관지염은 바이러스·세균 등에 의해 기관지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면역력이 약한 청소년·노인에게 잘 생긴다. 지난해 이 질환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1,500만명이나 된다. 초기에는 미열·인후통·콧물·재채기 같은 감기 증상이 있다가 3~4일이 지나면서 기침이 심해진다. 감기보다 정도가 심하거나 증상이 오래가면 의심해볼 수 있다. 대개 항생제를 쓰지 않아도 저절로 좋아지지만 드물게 기관지에 심한 염증을 일으키거나 합병증을 유발하므로 증세가 심하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면역력이 약한 만 1세 이하 영아 등 10세 미만 어린이는 특히 세(細)기관지염에 걸리기 쉽다. 기관지 중 가장 작은 가지인 세기관지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이 침투해 발생한다. 지난해 137만명이 진료를 받았는데 10세 미만이 57%(5세 미만 45%)를 차지했다. 조산아, 선천적으로 폐·심장 질환이 있거나 심한 알레르기 질환 가족력이 있는 영아 등이 고위험군이다.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자들이 감염돼 노인요양원 등에서 집단 발병하기도 한다.
세기관지염은 감염 후 증상 발현까지 보통 4~5일의 잠복기를 거친다. 2~3일간 발열, 기침, 콧물, 목 아픔, 가래 증상을 보이다 분비물이 늘어 세기관지를 막으면 산소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가쁜 숨을 내쉰다. 저산소증·호흡곤란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천식·기관지 폐이형성증 등 폐 질환이 있는 어린이에게는 심한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 발열은 대개 아주 심하지는 않으며 증상에 따라 해열제·기관지확장제 등 대증적 요법으로 치료되는 경우가 많다. RSV가 원인일 경우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는 듣지 않는다. 독감과 달리 아직 백신이나 잘 듣는 항바이러스제가 없다.
RSV는 독감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감기에 비해 전파 경로가 다양하다. 환자가 기침할 때 튀는 작은 침방울은 물론 환자와 직접 접촉하거나 환자가 만진 문, 버스·지하철 손잡이, 물품 등으로도 전염된다.
김창근 인제대 상계백병원 천식알러지센터 교수는 “RSV 감염에 따른 세기관지염은 1세 미만 영아들이 잘 걸리고 호흡기 증상이 많은 반면 독감은 어린이집·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잘 걸리고 고열·근육통이 동반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A형·B형)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대개 고열·두통과 함께 근육통 같은 전신 증상이 갑자기 발생하면서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나는 등 호흡기 증상이 동반된다. 전염성이 강하고 영유아·노인·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걸리면 폐렴·뇌염·뇌수막염·패혈증 같은 중증 합병증을 유발해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폐렴은 초기에는 기침·가래·발열 등 감기와 증상이 비슷하다. 두통·근육통과 함께 갑자기 높은 열이 발생하고 호흡곤란·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고령자의 경우 식욕 감퇴, 활동 감소 등의 변화를 보이지만 20~30%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뒤늦게 폐렴 진단을 받기도 한다. 김재열 중앙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침·가래·발열 등 호흡기 증상이 오래 지속되거나 정도가 심한 경우 폐렴 가능성이 있으므로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다행히 폐렴은 폐렴구균 예방백신으로 일부 예방할 수 있다. 평생 한두 차례 맞으면 된다. 폐렴구균은 우리나라 성인의 사망 원인 4위 질환인 폐렴과 뇌수막염·축농증·중이염·패혈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백신은 국가예방접종 대상에 포함돼 65세 이상 노인이 무료로 맞을 수 있는 23가 다당질백신과 유료로 맞아야 하는 13가 단백접합백신으로 나뉜다. 대한감염학회는 23가 백신을 접종한 노인이라도 1년 뒤 13가 백신을 추가로 맞을 것을 권고한다. 19~64세 성인 가운데 만성질환자는 23가 백신을, 면역저하자는 두 백신을 모두 접종해야 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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