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내린 눈 색깔을 닮았고 연말연시의 넉넉한 마음을 닮은 국보 제262호 백자 달항아리다. 조선 시대의 미감을 대표하는 도자기로 용인대 우학문화재단이 소장한 유물이 지난 1991년 국보로 지정됐다. 높이가 49㎝에 이르고 아가리 지름은 20.1㎝, 밑지름은 15.7㎝이다. 이처럼 큰 항아리는 단번에 형태를 만들거나 구워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한 번에 물레로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고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만든 후 두 부분을 마주 붙여 완성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이 항아리는 짧은 아가리가 약간 밖으로 퍼지듯 사선으로 작은 각을 이뤄 더욱 맵시 있다. 그 아가리 부분에서부터 어깨선 같은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리면서 벌어지다가 몸체 가운데서 가장 부풀었다가 접합부를 지나면서 다시 좁아져 아가리 지름과 비슷한 크기의 아래 굽에 이른다. 조선백자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온화한 유백색과 유려한 곡선, 넉넉하고 꾸밈없는 형태를 고루 갖춘 항아리로 국보 제261호 백자호와 쌍벽을 이룬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엷은 청색의 유약이 안팎에 고르게 씌워져 있다. 이 백자 항아리는 크기가 클 뿐 아니라 시원하고 당당한 모습까지 갖춰 17세기 말부터 18세기 중엽을 대표하는 백자로 꼽힌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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