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연말 국내 증시 조정 장세에서 코스닥을 팔고 코스피를 사들이고 있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기대감이 식은 가운데 개인과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연말 강한 매도세를 보이고 있어 증권사들이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2일 코스닥지수는 761.2에 마감했다. 산타 랠리에 이날 2.82% 급등하기는 했지만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 투자 확대 등 정부 정책 기대감에 지난달 24일 약 10년 만에 처음으로 800선을 넘겼던 것을 고려하면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달 코스피지수는 22일까지 1.44% 하락했지만 코스닥지수보다 연말 장세에서 선전하며 내년 추가 상승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연말 시장 상황에 맞춰 증권사들도 코스닥 매도-코스피 매수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사 자기자본으로 집계되는 금융투자는 이달 들어 코스닥 종목을 팔아치우고 코스피 종목에 베팅하는 패턴을 이어왔다. 22일 기준 금융투자 순매수 1위 종목은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005930)로 이달에만 9,544억원을 순매수했다. 최근 반도체 고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추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순매수 종목들을 살펴봐도 연말 증권사들이 유가증권시장을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2일 기준 금융투자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코스피200에 투자하는 TIGER200 ETF(2,441억원), 내년 코스피 이전이 예정된 셀트리온(068270)(2,496억원), 코스피 금융 대장주 KB금융(105560)(1,479억원), 코스피 2등주 SK하이닉스(000660)(1,494억원) 등이 포함됐다.
반대로 증권사들은 코스닥 관련 종목들은 이달 들어 집중해서 매각했다. 22일 기준 금융투자 순매도 1위 종목은 KODEX 코스닥150 ETF로 3,792억원을 팔아치웠다. 코스닥150지수에 포함된 종목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를 증권사들이 순매도해 코스닥 지수 하락에 대응한 것이다. 금융투자는 같은 기간 KODEX 코스닥 150(229200) 레버리지 ETF도 2,778억원 순매도했다. 개인과 외국인이 양도소득세 회피와 북클로징(회계연도 장부 마감)을 이유로 코스피 시장 순매도를 늘리자 증권사들이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22일까지 개인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3조226억원, 1조8,247억원을 순매도했다. 시장 매도 물량이 늘어난 만큼 증권사 입장에서는 저가 매수 기회가 된 것이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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