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1월 ‘규제개혁 대토론회(가칭)’를 열기로 한 것은 소득주도성장뿐 아니라 혁신성장에도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혁신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규제개혁을 직접 챙기고 나섰다는 점에서다.
27일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첫 회의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 등에 대한 토론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 분야에서 보다 담대한 도전을 주문하고 싶다”며 “예를 들어 드론 전투부대를 창설할 수 있고 드론 방역단을 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율주행차·로봇·인공지능(AI)은 어느 나라의 성능이 더 우수한지 세계 경연대회를 해보는 것이 어떤가”라며 “과감하고 창의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세부내용을 일일이 언급하며 강도 높은 혁신성장 드라이브를 건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신산업은 근거 규정이 있어야 사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금지 규정이 없는 한 할 수 있다고 법률해석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실제 이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정부의 규제개혁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우선 관련 입법을 추진하는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적극 추진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8대 핵심선도사업(초연결 지능화, 스마트공장, 스마트팜, 핀테크, 재생에너지, 스마트시티, 드론, 자율주행차)에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샌드박스는 해당 업종에 대한 규제를 유예·면제해주는 것으로 특정 지역에 특화산업 규제를 면제해주는 규제프리존에 비해 범위가 넓다. 세부적으로 △ICT특별법(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산업융합촉진법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지역특구법(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 등 4대 입법을 내년 상반기 안에 국회에 상정하고 연내 통과를 추진하기로 했다.
법안 통과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경제주체의 규제 부담을 최대한 줄여줄 방침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감사원의 ‘적극행정 면책’을 활성화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정부에 신산업을 추진해도 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닌지 문의하면 나중에 감사를 받을 것을 두려워한 일선 공무원은 소극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문 대통령이 주재한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이런 토로가 나오자 정부가 해결에 나선 셈이다. ★본지 12월2일자 1면 참조
또 신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법령을 일괄 정비하기로 했다. 정확하게 명시는 안 돼 있지만 각종 훈령이나 고시·내규·지침·가이드라인 등으로 존재하는 ‘그림자 규제’도 각 부처별 전수조사, 현장간담회 등을 통해 찾아내 원칙적으로 모두 폐지한다. 다만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은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에서 존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자문회의 내용에 대해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방향은 맞다”면서도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규제를 완화하면 이득을 보는 기업이 있을 것이고 주로 대기업일 텐데 지금과 같이 대기업을 옥죄는 분위기에서 용기 있게 규제를 완화할 일선 공무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자문회의에 참석한 토론자들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지적도 내놓았다. 주상영 건국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기 위한 대표적 정책은 최저임금 인상이지만 근로장려세제 강화, 실업보험 강화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혜린 바이오스마트 회장은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은 기업이 해야 하는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은 좋은 기업인을 육성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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