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145%까지 끌어올린 대신 세계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는 90일간 유예를 한 가운데 품목별 관세 인하나 면제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트럼프 1기 무역 참모로부터 나왔다.
케이트 칼루트키에비치 매클라티 어소시에이츠 통상 총괄 전무이사는 10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자동차·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와 향후 나올 것으로 보이는 반도체에도 관세 인하, 면제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해당하는 관세에 대해서는 북미 공급망과 관련된 것에서 일부 예외를 놓고 논의할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논의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특히 철강·알루미늄은 면제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품목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만큼 면제나 경감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칼루트키에비치 이사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미 무역대표부(USTR) 브라질·유럽 담당 디렉터, 2019~2020년 트럼프 1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대통령 특별보좌관 및 국제무역 수석, 2020~2023년 아마존 미국 통상정책 대표를 지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유예로 동맹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동맹국에 매우 엄격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승리를 확보하기를 원할 것이며 동맹들은 그를 다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관세 전쟁에 대해서는 결국 합의를 이루겠지만 얼마나 오래 걸릴지 알 수 없다며 장기전을 우려했다. 칼루트키에비치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큰 거래를 원할 것이다. 그의 마음 속에는 중국과 큰 거래를 성사시킨 미국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원한다고 믿는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아직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1기 때 미중 관세 전쟁은 18개월 만에 합의가 이뤄졌다. 그는 “이 사안을 잘 아는 동료에게 물어본 결과 중국은 (1기 때와 달리) 양보할 생각이 없고 맞대응을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칼루트키에비치 이사는 트럼프 1기 때에 비해 미중 양국이 무역전쟁에 더 잘 대비돼 있다고도 분석했다. 중국의 미국에 대한 농업 의존도가 낮아져 관세 전쟁이 오래가도 1기 때 식량안보가 흔들렸던 것에 비해 잘 버틸 수 있게 됐다는 의미로 읽힌다. 칼루트키에비치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 외부에 보여지는 시각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유형의 리더”라며 “우리는 어느 누구도 양보하지 않을 상황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대응 카드에 대해 경제적 강압으로 간주될 수 있는 옵션을 고려할 것이라고 봤다. 예전 한국의 사드(THAAD) 사태처럼 미국 기업에 대한 교묘한 보복을 가하고 미국 상품 보이콧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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