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공시가격 10억원짜리 아파트를 가진 60세 A씨(5년 보유)는 현재 종합부동산세로 약 14만5,600원을 낸다. 공시가격이 10억원이니 실제 가격은 14억원 안팎이 된다. 1주택이어서 9억원의 공제를 받고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 80%가 적용된 결과다.
하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이 90% 이상으로 오르면 종부세도 그에 맞춰 뛴다. 90%일 경우 약 16만3,800원, 100%가 되면 약 18만2,000원으로 최대 25%가량 오른다.
정부가 세법개정에 앞서 공정시장가액비율 카드를 먼저 만지작거리는 것은 법 개정 없이 시행령만으로 바로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보유세 등 증세방안에 대해 “다주택자들에 대한 보유세 개편은 공평과세·조세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검토하는 것”이라며 “이 내용은 검토 후 내년 여름 발표될 조세정책방향에 반영돼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된다”고 했지만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그전에라도 손을 쓸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실제 종합부동산세의 과세기준이나 세율을 바꾸는 것은 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8월에 세법개정안이 나오더라도 국회 논의 과정을 거쳐 이를 실제로 시행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일러야 내년에나 시행이 가능한 것이다. 이마저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야당이 발목을 잡으면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가액비율 조정은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기본적으로 1주택의 공제금액이 더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시가격 인상도 대안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60%대 수준이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관련 세금의 출발선이다. 공시가격을 높이면 자연스레 보유세가 인상되는 효과가 있다. 공시가격 조정도 법률개정이 필요 없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율 인상 외에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공시가격 조정 등 최소 3가지 이상의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 우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꺼내고 세율과 대상 조정은 법 개정을 통해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쓰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공시가격 조정이 대안으로 나올 수도 있다. 집만 놓고 보면 종부세는 6억원(1주택 9억원) 이상 아파트와 주택이 대상이다. 과세표준별로 보면 △6억원 이하 0.5% △6억원 초과~12억원 0.75% △12억원 초과~50억원 1% △50억원 초과~94억원 1.5% △94억원 초과 2% 등의 세율이 적용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종부세에 다주택자 기준을 넣기보다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이 더 낫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6월에 법을 고칠 경우 폭은 커진다. 정부는 현행 부동산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의 세율과 과표구간을 참여정부 수준으로 복원하거나 지방세인 재산세의 일부 과표구간 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임대소득 과세 강화는 전세보증금에 대한 간주임대료 계산 시 시중금리를 고려해 계산에 넣는 이자율(현 1.6%)을 높이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현재 임대소득의 경우 기준시가 9억원 초과 주택 및 국외 소재 주택과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월세 임대소득에 과세하고 있다. 여기에 3주택 이상자는 전세보증금에 대한 수익을 월세로 환원한 간주임대료에 과세한다. 보증금에서 3억원을 뺀 뒤 0.6을 곱하고 여기에 이자율을 다시 곱한 뒤 임대 관련 발생 이자와 배당을 뺀 것이 간주임대료다. 현재는 간주임대료를 조정하거나 주택임대소득 과세 대상과 금액을 조정하는 방안 등이 폭넓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3주택 이상 여부 판정 시 기준시가 3억원 이하의 60㎡ 이하 주택은 주택 수에서 제외되는 과세특례 조항도 들여다본다. 해당 조항은 내년에 일몰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조세재정특별위원회 논의와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하고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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