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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여윳돈 더 줄고 정부 곳간은 4년만 최대

빚 내서 집 사고 소비 늘린 가계, 여윳돈 9.8조

재정 조기집행에 세수 호황 누린 정부는 '두둑'

2017년 3·4분기 자금순환 동향. /자료=한국은행




빚 내서 집 사는 흐름이 계속된데다 최장기 추석연휴를 앞두고 소비가 늘어나면서 올해 7~9월 가계의 여윳돈이 3분기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부 곳간은 더 두둑해졌다. 경상수지 흑자행진이 이어지고 세금이 많이 걷히면서 정부의 여윳돈은 4년 만에 가장 많아졌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3·4분기중 자금순환’ 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3·4분기(7~9월)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9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7,000억원 줄었다. 올해 들어 3분기 연속 감소다.

순자금운용이란 예금과 보험, 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금액으로, 보통 경제 주체의 여유 자금을 뜻한다.

박동준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10월초 장기 연휴를 앞두고 소비가 미리 이뤄진데다 소비 심리도 양호해 소비가 크게 늘었다”며 “신규 주택 구입도 계속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은 국민계정상 가계소비는 3·4분기 200조원으로 전 분기보다 7조원 늘었다.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 호황이 이어진 가운데 가계가 빚을 내서 집을 사느라 여윳돈이 감소하는 추세도 계속됐다.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2·4분기 25만8,000호에서 3·4분기 27만9,000호로 증가해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거용 건설기성액도 16조7,000억원으로 부동산 활황 이전인 2011~14년 평균(7조2,000억원)을 2배 이상 웃돌았다. 이 기간 가계가 빌린 돈은 금융기관 차입금(36조5,000억원)을 중심으로 늘어 총 3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에 비해 5조4,000억원 늘었다.



반면 정부 여윳돈은 더 넉넉해졌다. 3·4분기 정부 순자금운용액은 18조원으로 2013년 3·4분기(23조6,000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 분기(14조5,000억원)보다는 3조5,000억원 늘어났다. 정부는 통상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 집행하면서 하반기에는 여유자금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이번에는 2009~2016년 3·4분기 평균 여유자금(8조원) 규모를 2배 이상 웃돌았다.

여기엔 하반기 재정지출 감소 외에도 올해 정부 세수 확대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3·4분기 국세 수입은 69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3조5,000억원)보다 5조7,000억원 늘었다.

한편 국내 기업(비금융법인기업)들의 여유자금은 마이너스 1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14조8,000억원)보다 마이너스 규모가 크게 줄었다. 기업은 가계와 금융기관을 통해 조달한 돈을 생산과 투자에 쓰는 주체로서 여유자금이 마이너스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3·4분기에는 설비투자(34조7,000억원)가 전 분기보다 소폭 줄고 한국전력 등 일부 공기업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면서 마이너스 규모가 감소했다.

가계 여윳돈은 줄었지만 정부 여유자금이 크게 늘면서 가계·기업·정부를 모두 아우른 국내 총 순자금운용은 36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17조2,000억원)보다 2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2008년 통계 편제 이후 역대 최대치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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