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스피커가 스마트워치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워치가 킬러콘텐츠 부재·기능상 한계·높은 가격 등 삼중고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관심마저 빼앗기고 있다는 얘기다.
27일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기기 시장 성장률이 점점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마케터는 지난 2016년 미국 웨어러블 시장이 6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24.7% 성장에 그쳤다고 전제한 뒤, 내년에는 성장률이 11.9%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2019년부턴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AI 스피커의 인기 때문이다. 아직 스마트워치가 소비자들을 강력하게 끌어들일 만한 요소를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내놓는 AI 스피커들이 더 친근한 신기술로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값이 더 저렴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신디 리우 이마케터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은 중가 스마트폰 가격에 맞먹을 정도로 비싼 스마트워치를 사야 하는지 이유를 아직 찾지 못했다”며 “그 대신 가격대가 더 저렴하고 집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스피커를 구매하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마케터는 정확한 수치는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소비자들은 전자제품 선물로 스마트워치보다는 스피커 제품을 더 많이 구매했다”며 “올해 다양한 스마트워치 제품이 출시됐지만 시장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스마트워치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 급감한 270만대로 분석했다. 특히 구매자 셋 중 하나는 ‘예상보다 유용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용조차 안 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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