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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돌 맞은 위기의 현대차]기념사도 기념식도 없는 우울한 생일…과거 성공방정식 잊어야

<상>100년 도약 기로에 선 현대차

美시장 부진까지 총체적 난국

일본차 공세에 더 깊은 수렁

"IT 등 세계 기술기업과 손잡고

전기·수소·자율주행차에 집중

미래 모빌리티로 위기 극복해야"

1967년 12월29일 창업일부터 1968년 10월까지 사용한 중구 무교동 92번지 사옥.




1968년 11월 현대차 직원들이 코티나 1호차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


1976년 최초 독자모델 포니를 에콰도르에 수출 개시.


정몽구 회장이 지난해 8월 러시아 생산공장을 방문해 크레타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29일 창사 50주년을 맞지만 국내외 어떤 사업장에서도 기념식을 하지 않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나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기념사도 없다. 단체협약에 의해 노조 조합원들이 휴무하는, 그저 ‘쉬는 날’일 뿐이다. 현대차는 원래 창사기념일에 특별한 행사를 하지 않았지만 50주년을 맞는 날도 그냥 지나가는 것은 최근의 회사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기념일을 자축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라는 게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동시다발 악재…50년 만의 최대 위기=현대차는 지난 1967년 한국에 제대로 된 도로도 없던 시기에 설립됐다. 기계공업과 자동차부품 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완성차 업체가 생겨난 유럽이나 일본과는 탄생 배경이 전혀 다르다. 모두가 실패할 것으로 봤지만 현대차는 결국 세계 자동차 산업의 역사를 새로 쓰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창사 50주년을 맞은 올해 현대차는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세계 1위 시장인 중국에서는 올해 1~11월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3% 감소했다. 한중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이 최고조였을 때는 과연 현대차가 중국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2위 시장인 미국에서는 같은 기간 판매가 12.7% 줄었다. 미국 공장에 재고가 넘쳐 주변 도로에까지 차를 세워놓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내수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 시선은 갈수록 차갑다. 사상 최초로 임단협이 해를 넘길 정도로 노사 관계는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에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것이다.



현대차는 내년 중국에서 현지화 경영을 강화하고 미국에서는 ‘코나’와 신형 ‘싼타페’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을 보강해 위기를 넘겠다는 계획이지만 경영환경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상대인 일본차가 엔저를 등에 업고 대대적 공세를 펴는 것도 현대차의 시야를 더욱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엔저와 원화 강세에 따른 불리함을 극복하려면 노동생산성이 높아야 하는데 노사관계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내년 국내 자동차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모빌리티 개념 바뀌는 미래 대비해야=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지난 50년의 성공 방정식을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의 위기를 급성장의 후유증으로 볼 것이 아니라 모빌리티의 개념 자체가 바뀌는 시기에 대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 이동성의 변화는 여러 방면에서 동시에 예고되고 있다. 먼저 전통적인 내연기관과 트랜스미션이 사라지고 전기차(EV) 또는 수소연료전지차(FCEV)의 시대가 머지않은 미래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친환경차 모델을 38종으로 늘리고 현재 2종뿐인 EV는 14종으로 늘려 2025년 전기차 시장에서 세계 3위에 오르겠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은 현대차가 가장 서둘러야 하는 분야다. 자율주행차는 그 자체로 빅데이터 플랫폼이자 인공지능(AI) 기기다. 이 때문에 데이터처리장치 회사인 인텔과 엔비디아가 기술동맹의 중심에서 세계 유수의 완성차 회사, 자동차 부품사, 솔루션 업체 등을 이끌고 있다. 현대차는 그간 동맹 참여 방침을 정하지 않았지만 결정의 순간이 다가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구글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했고 중국 포털 서비스 바이두는 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방해 세계적인 완성차 및 부품사들과 함께 기술을 고도화시키고 있다. 애플도 결국은 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완성차 회사들은 어느 순간 대만의 폭스콘 같은 하드웨어 조립 하청업체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경고까지 나온다. 아울러 카셰어링·카풀 등 자동차 기반 공유경제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준상 성균관대 교수는 “과거 자동차 산업은 정부의 적극적인 보호 아래 육성됐고 아직 그 관성이 이어지는 면이 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의 현대차는 세계의 기술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강화해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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