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고 있는 암호화폐 광풍을 보며 적정한 가격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비트코인 한 단위를 2,000만원에 사든 2억원에 사든 그건 투자자의 마음이다. 따라서 암호화폐 매매가 불법은 아니지만 정부는 대단히 과열된 상태로 판단해 규제의 칼을 빼 들려는 듯하다. 가격 거품과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로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파동을 들 수 있다. 집 한 채와 맞먹던 튤립 한 송이 값이 단숨에 수백분의 일로 폭락한 사태다. 반대로 가격의 저평가 사례를 들자면 멀리 갈 것도 없다. 30년 전 단돈 3만2,000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현재 240만원에 이른다. 무려 80배가 됐다.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순간 누구나 가장 고민하는 점은 무엇보다 현재 가격의 적정성일 것이다. 현재 가격이 싸다고 판단되면 사고 비싸면 팔아야 한다. 아쉽게도 적정한 가격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방법은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설사 있더라도 그걸 미리 알 도리는 없으며 거품인지 저평가된 것인지는 나중에 밝혀진다.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가 과대평가된 것인지 과소평가된 것인지 누구도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암호화폐의 시세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모든 투자는 근원적으로 불확실성, 즉 리스크를 갖는다.
문제는 불확실한 정도인데 암호화폐 투자는 리스크가 매우 높다는 것이 전문가 절대다수의 의견이다. 물론 어떤 투자자가 절대 선택하지 않을 리스크를 다른 투자자는 선뜻 떠안기도 한다.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면 손해를 크게 볼 수도 있지만 이익을 크게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리스크가 큰 투자를 할 때는 특히 투자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염려스러운 것은 대부분의 암호화폐 투자자가 높은 수익률에 현혹돼 잘 이해하지 못한 채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급을 암호화폐로 받을 자신이 있을 때 투자해 보겠다는 전문가도 봤다. 사실 암호화폐를 쓸 수 있는 곳은 아직도 별로 없다. 앞으로 암호화폐 거래로 발생된 차익에 과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투자 환경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투자할 때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다름 아닌 투자자 자신이다. 절대 타인이 강요하거나 책임져 줄 수 없다. 벌어도 모두 자기 몫이요, 잃어도 남 탓할 수 없는 이유다. 현재 가격이 싼지 비싼지 판단하고 매매해 그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는 과정이 투자다. 이미 저금리가 고착화돼 두렵다고 리스크를 피하려다 보면 낮은 수익률로 고통받게 된다. 수익률을 높이려다 보면 앞으로도 투자자로서 다양한 선택의 길목에 설 수밖에 없다. 이때 얼마나 현명하게 대상을 선별해 투자하느냐가 내 미래의 부를 결정한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섣부른 결정을 할 수는 없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