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대독한 입장문에서 “지난 합의가 한일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의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 합의로 해결될 수 없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외교부 장관 직속 위안부 검토 태스크포스(TF)가 발표한 결과를 받아들이고 이전 합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 천명한 셈이다. 사실상 재협상 수순을 밟을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둔 것이어서 외교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2015년 양국 협상은 절차적·내용적으로 중대한 흠결이 있었다”며 “무엇보다 피해 당사자와 국민이 배제된 정치적 합의였다는 점에서 매우 뼈아프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 한번 상처를 받았을 위안부 피해자 여러분께 마음으로부터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정부는 피해자 중심 해결과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라는 원칙 아래 이른 시일 안에 후속조치를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기본원칙을 도외시한 이번 합의를 제대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합의문 수정에 나서겠다는 의미도 담겼다.
문 대통령은 특히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며 진실을 외면한 자리에서 길을 낼 수 없다”며 “우리에게는 아픈 과거일수록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고통스럽고 피하고 싶은 역사일수록 정면을 직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역사문제와 한일관계 개선을 ‘투트랙’으로 끌고 갈 것임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역사문제 해결과는 별도로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해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회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규·박효정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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