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저금리로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은 넘쳐나지만 혁신기업들이 많은 코스닥시장은 투자자들로부터 소외 받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6년말 단기유동자금은 1,070조원으로 2014년말(852조원)보다 200조원 이상 늘며 사상 최대수준이지만 코스닥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2000년 7조1,000억원에서 2016년 3조7,000억원으로 과거 코스닥 붐 시절만 못합니다.
기업은 주식시장에서 기업공개(IPO)나 자사주 매각, 유상증자 같은 여러 수단을 활용해 신성장동력에 투자할 자금을 손쉽고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데, 지금 같은 코스닥시장은 혁신성장을 지원하기에 많이 부족한 셈이죠.
이에 정부는 코스닥시장의 과감한 혁신을 통해 시중의 유동성을 끌어들여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먼저 연기금이 코스닥 투자를 대폭 늘리도록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종목 중심의 벤치마크지수에 코스닥 종목을 섞기로 했습니다. 현재 벤치마크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코스피 주요 200개 종목으로 구성됐습니다. 벤치마크를 따라가야 하는 연기금으로서는 당연히 이들 대형주를 사들이지만 코스피·코스닥 종목이 혼합된 지수가 벤치마크되면 지수에 포함된 코스닥 종목도 보유해야 합니다.
연기금 위탁운용 유형에 ‘코스닥 투자형’도 신설하도록 권고하고 연기금이 코스닥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를 할 때 세제혜택도 주기로 했습니다. 증시의 ‘큰손’인 연기금을 코스닥시장으로 끌어들여 자금이동을 원활하게 할 계획인 거죠. 지난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은 2.2%에 불과하지만 이번 조치로 비중이 상당폭 늘 것으로 예상됩니다.
벤처·코스닥 펀드 조성 확대를 위한 투자 규제도 완화됩니다.
벤처관련 펀드의 의무투자비율을 조정하고 투자대상과 운용 관련 세제 지원 요건을 완화해 투자자금이 많이 몰리도록 하는 것이죠.
혁신기업을 위해 코스닥 진입 문턱도 낮추기로 했습니다. 적자기업도 성장성만 있으면 상장할 수 있는 테슬라 상장요건을 확대해 시가총액이나 자기자본만으로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상반기 중에 코스닥 상장규정을 개정할 예정입니다.
우수 상장주관사의 풋백옵션 부담도 줄여주기로 했습니다. 상장주관사는 이익 미실현 기업을 상장할 때는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일반투자자의 손실을 떠안는 풋백옵션 의무가 있는데 이를 개선해 부담을 경감해주는 것입니다.
상장 3년 이내의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초기기업에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중소기업 정책자금 융자를 허용하는 방안과 벤처기업투자신탁 의무투자 비율 조정 등의 세제지원 요건 완화 내용도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됐습니다.
이런 대책들이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이끈다면 코스닥 종목들의 주가 상승을 이끌게 되고 더 많은 자금이 몰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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