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3-3시대를 약속했다. 2년 연속 3%대의 성장과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달성이다. 헤쳐가야 할 난관은 많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촉발될 일자리 문제 최소화, 성장이 한계에 달한 전통 주력산업을 바이오 등과 같은 차세대 산업으로의 원활한 대체, 경기회복의 실마리를 제공한 반도체 호황의 지속 여부 등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해 한국경제의 방향을 핵심 키워드로 진단해본다.
◇S:반도체 슈퍼사이클 올해도?(Semi-conductor supercycle at a crossroads)
“올 수출증가기여도 75% 차지” 반도체 고공행진 지속땐 성장 질주
‘반도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결정적 변수다. 지난해 11월 누적 기준 반도체의 수출 기여도는 42.9%다. 반도체에 힘입어 우리 수출은 지난해 11월까지 전년 대비 16.5% 증가했다. 반도체는 실질성장률도 끌어올렸다. 한국은행은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1.5% 중에서 0.8%포인트가 수출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역으로 따지면 그늘도 짙다. 수출에서 반도체를 빼면 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뚝 떨어지고 지난해 3%를 넘기는 깜짝 성장도 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전망은 엇갈린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11월 “D램·낸드·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이 공급 증가로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경고를 내놓은 바 있다. 반면 여전히 반도체가 우리 경기 회복을 이끌 것이라는 낙관적인 분석도 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2월 “국내 반도체 업종의 내년 수출 증가 기여도가 전체 수출 증가의 4분의3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올해 한국경제도 반도체에 달려 있는 셈이다.
◇W:새 정부 2년의 성적표, 일자리(high-quality Work and job creation)
최저임금 인상·정규직화 등 일자리문제에 경제성과 달려
일자리 창출 여부는 새 정부의 국정철학인 소득주도 성장론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핵심 요소다. 정부가 내놓은 핵심 수단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7월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오는 2020년까지 비정규직 20만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9,894명 중 9,7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냈다.
전문가들은 소득주도 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일자리 창출이 공공 부문에서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J노믹스’의 또 다른 바퀴인 혁신성장을 우리 산업에 착근시켜야 기업의 소득이 가계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가전 △에너지신산업 △바이오헬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5대 선도 프로젝트를 선정했지만 아직은 구체적인 밑그림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I:긴축의 시대…소프트랜딩 이뤄낼까(Interest rates back to normal?)
2~3차례 기준금리 인상 전망, 가계·기업 부실 최소화 과제
‘긴축의 시대’도 가계·기업이 헤쳐가야 할 난관이다. 지난해 11월 한은은 17개월 동안 이어오던 사상 최저금리 시대(1.25%)에 마침표를 찍었다. 올해도 2~3차례 정도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시장은 예측하고 있다. 금리 인상은 구조조정 칼날 위에 서 있는 조선업 등에는 이중고가 될 수밖에 없다. 저금리 그늘에서 근근이 버텨오던 한계기업도 하나둘씩 쓰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파고까지 겹치면서 멀쩡하던 중소기업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가계의 고통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가계부채 차주 가운데 상환 능력이 부족해 부실화 우려가 큰 ‘C그룹’은 32만가구로 전체의 2.9%다. 가구당 3~4명으로 따지면 100만명이 영향권이다. 이들이 보유한 가계부채는 94조원에 달한다. 자영업자 대출도 480조2,000억원(2016년 말 기준)에 달한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1%포인트 뛰면 음식과 숙박업은 10.6%, 도소매업은 7% 폐업률이 높아진다.
◇T:3%의 성장으로 열 3만달러 시대(growing at Three, set for Three)
과감하게 규제 혁파 나서고 차세대산업 중심 성장 추진
올해 우리 경제는 3% 성장을 일궈내고 12년간 막혀있던 국민소득 3만달러 벽을 뚫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우리 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이 2006년(2만795달러) 2만달러를 넘어선 후 12년째 3만달러 문턱 앞에서 허덕이고 있다. 올해 3만달러를 돌파하면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설 수 있다. 인구 1,000만명 이상 국가 가운데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국가는 10개국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2년 연속 3% 성장을 일궈내야 한다. 과감한 규제혁파,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성장 밑그림 등이 필요하다고 기업들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한 소득주도성장, 정책비용이 큰 이상적 정책 등을 얼마만큼 줄이고 5년, 10년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정책으로의 방향전환을 얼마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하느냐에 따라 3만달러 시대의 지속성도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C:한국사회의 블랙홀…30년만의 개헌(Constitutional amendment in 30 years)
개헌 논의·6월 지방선거, 경제 흔들 뇌관될지 주목
‘87체제’의 종언 여부도 올해 한국을 흔들 핵심 이슈다. 개헌은 블랙홀과 같다. 모든 이슈를 흡수하면서 폭발한다. 그만큼 민감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자칫 규제개혁-성장 밑그림 완성, 경기회복을 뒷받침할 법안처리 등 한국경제가 당면한 많은 과제들이 개헌의 소용돌이에 묻힐 수 있다. 개헌의 당위성을 주장한 외침은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반기까지 개헌이 한국사회를 흔들 가능성은 농후하다. ‘제왕적’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르는 5년 단임제를 바꾸고 ‘87헌법’을 시대상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데에는 사회적 합의가 모아졌다. 상반기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고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부치는 식의 일정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여기에 국회 개헌특위도 6월까지 활동기한을 연장했다. 어떤 결론으로 귀결될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한국사회를 뒤흔들 뇌관에 불이 붙여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H:미래먹거리, 바이오헬스의 퀀텀점프(bio-Health, next-gen technologies)
바이오시밀러 글로벌시장 주도, AI와 결합 ‘K바이오’ 도약 기대
바이오헬스 등 차세대 산업을 끌어올리는 것은 앞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과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AI)은 이미 바이오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의료계에 이어 제약사로까지 확산했고 신약 개발의 시간과 비용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도약은 눈부시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의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암·치매·당뇨병·퇴행성관절염 등의 희귀난치병을 치료할 신약개발은 물론 세포치료제(Cell Therapy) 등의 도약도 상당하다. 하지만 아직도 한계는 있다. 사이언티픽아메리카 조사 결과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지수는 조사 대상 54개국 중 24위다. 2009년 첫 평가에서 15위를 기록한 후 2010년 19위, 2012년 22위, 2015년 23위에 이어 이제는 24위까지 밀린 상황이다./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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