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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차별 특허공세...'한국 반도체 길들이기' 나서나

[美 또 반도체 특허訴..."삼성·SK 등 관세법 위반"]

삼성, 글로벌 SSD시장 30% 차지

글로벌 PC·서버업체까지 사정권

트럼프 정부 보호무역 기조 맞물려

수입 제한땐 韓 반도체 타격 불가피





미국 반도체 업체인 비트 마이크로(BIT MICRO)는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외에 자국 기업인 HP·델은 물론 대만 에이수스(ASUS)·에이서(Acer), 중국 레노버, 일본 바이오(VAIO) 등 국내외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을 소송 대상에 포함 시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SSD 제조업체와 SSD가 탑재되는 PC 및 서버 업체를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SSD 전문 업체인 비트 마이크로가 SSD뿐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소프트웨어적인 부분까지 포괄적인 특허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비트 마이크로가 이처럼 국적을 가리지 않고 주요 IT 업체들을 무더기로 ITC에 제소했지만 실질적인 타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30%로 급성장하는 SSD 시장 글로벌 1위이고 SK하이닉스는 3% 수준으로 7위다. 2~6위에는 인텔·웨스턴디지털·도시바·시게이트·마이크론이 포진해 있지만 소송 대상에서 전부 제외됐다. 표면적으로는 특허 분쟁이지만 사실상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을 ‘관세법 337조’를 무기로 압박하는 통상 이슈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SD의 어떤 특정 기술에 대한 특허 소송인지는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확인이 어렵다”면서도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만든 SSD, 그리고 이를 채택한 서버 및 PC 업체들이 사정권에 들어간 것으로 보여 최악의 경우 우리 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이 특허 침해를 빌미로 한국 제품의 수입 제한을 자국 정부에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반도체 업체 넷리스트가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모듈화 기술과 관련한 특허 침해 소송을 ITC에 제기했다. 앞선 2016년 비슷한 기술에 대해 제기한 소송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결론 나자 재차 소송을 들고 나온 것이다. 지난해 9월에는 테세라라는 업체가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웨이퍼레벨패키징(WLP) 기술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삼성전자를 ITC에 제소하기도 했다. 테세라는 삼성전자 반도체는 물론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노트북 등에 대한 수입 금지와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 때문에 반도체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사실 반도체는 최근 반덤핑 이슈가 부각 중인 가전·철강·화학 등의 업종과는 결이 다르다. 이들 업종은 공급과잉에 해당하지만 반도체는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미국이 특허 소송으로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한국 길들이기에 나선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내 법원에서 진행 중인 소송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ITC 소송까지 제기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ITC의 일련의 수입 제한 조치 결정을 고려해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임원은 “반도체 업계에서 특허 분쟁이 이례적인 것이 아니고 한국 업체들의 패소 가능성도 낮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와 한국 반도체 기업의 이익 급증 시기가 맞물려 있는 만큼 통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업계가 불평하면 정부가 들어주는’ 식으로 한국 반도체를 겨냥하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중국도 이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경제 분야의 규제를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최근 “스마트폰 메모리 반도체 가격 인상이 가격 담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발개위에 조사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로서는 발개위의 담합 조사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통상 문제가 결부된 수입 제한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독주하는 한국 반도체 업체를 견제하려는 시도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경계의 끈을 바짝 좨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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