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시장에서 2위 업체가 1위로 올라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1위 업체에 익숙해진 소비자 입맛 때문이다. 1위에 올라서면 최소 10년 이상 간다는 것이 주류 업계의 통설이다. 이런 가운데 새해 연초부터 ‘부산ㆍ울산ㆍ경남(부울경)’ 소주 시장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무학(033920)과 대선주조 간의 1위 경쟁이 그것이다.
낮은 도수 소주 유행을 몰고 왔던 ‘좋은데이’의 무학이 안방인 부울경 시장에서 대선주조의 ‘대선’의 강력한 도전을 뿌리치고 수성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약 10년 만에 지역 소주 업계 순위가 바뀔지, 치열한 경쟁의 승자는 누가될 지 업계가 주시하고 있다.
주류 업계에 따르면 부울경 소주 시장에서 무학의 ‘좋은데이’와 대선주조의 ‘대선’이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무학은 지난 2006년 알코올 도수를 16.9도로 낮춘 ‘좋은데이’를 출시하며 여성 고객을 공략, 부울경 점유율을 80%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지역 업체에서 터트린 소주의 저도주는 전국으로 퍼질 정도였다.
하지만 대선주조가 지난해 알코올 도수 16.9도의 ‘대선’ 소주를 선보이며 분위기가 다소 달라지고 있다. 제품명이 그 해 5월 열린 대통령선거를 연상케 한 데다 1970~80년대로 돌아간 듯한 복고풍 라벨 디자인이 젊은 층의 눈길을 잡았다. 대선주조 측은 자체 집계 결과 업소ㆍ소매 판매를 모두 합쳐 점유율 50%를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울산과 경남을 합하면 아직 2위 수준이지만 부산만 따졌을 때는 1위에 올랐다고 본다”고 밝혔다.
위기 의식을 느낀 무학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영업망을 정비하며 시장 수성에 나서고 있다. 무학 관계자는 “부울경 시장점유율이 작년 10월만 해도 과반을 아슬아슬하게 웃돌 정도로 떨어졌지만 지금은 내림세를 멈췄다”며 “시장의 주도권을 좋은데이가 쥐고 있는 만큼 다시금 점유율이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번 경쟁이 관심을 끄는 건 보수적 특징을 띠는 주류 시장에서 약 10여 년 만에 나타나는 변화의 조짐이기 때문이다. 술은 기호품이다. 한 번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상당 기간 지속 된다. 현재까지 무학의 좋은데이가 10년 가량 1위를 유지해 왔다.
양 사 모두 올해에는 영업ㆍ마케팅 활동을 더욱 강화하며 경쟁에서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수성의 입장에 선 무학은 부울경 지역 조직을 정비한 후 밀착 마케팅 활동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대선주조 역시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기세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현장 마케팅에 주력하면서 점차 점유율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 번 주도권을 쥐면 적어도 10년은 간다는 주류 시장에서 오랜만에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하고 있다”며 “대선의 상승세가 일회성일지, 좋은데이가 부울경 지역의 주도권을 놓칠지 올해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